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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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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곰신'은 담담해

친한 후배의 남자친구가 얼마 전 군대를 전역했다. 후배의 남자친구가 훈련소에 들어갈 때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함께 배웅하는 웃기지만 슬픈 그 전형적인 상황이나 입대 후 애틋한 첫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이 꽤 오래 전 일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제대라니 놀랍다. 솔직히 말해 도중에 깨질 줄 알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 후배와 친하지 그 남자친구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자는 학생, 여자는 사회인, 하물며 여자가 한참 연상인 커플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라고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소심하게 '무리하지마'라고 은근슬쩍 속삭였던 것도 같다. 사랑을 초지일관 지켜낸다며 이 악물고 다른 가능성까지 차단한다는 것도 안쓰러웠고, 그녀는 충분히 다른 이성들에게 매력적이어서 '언니'로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성실히 기다려냈다. 대단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담담하다. "내 나이가 많아서 차라리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는 주변에서 말리는 '연애'들이 참 많다. 종교로 갈등하는 연애, 차이 나는 학벌의 연애, 가난한 상대와의 연애, 그 중에서도 '군인과의 연애'는 어차피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준다는 면죄부마저 곁들여진다. 인생 선배들은 자기 체험담을 바탕으로 조언, 충고 혹은 오지랖을 떤다. 하지만 '나이 많은' 그녀는 그런 이야기들이 '그들의 한계를 반영한 이야기'임을 알만큼 성숙했던 것이다.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경험했던 한계가 내게 두려움을 주는 것인지, 내가 오히려 그들의 한계를 빌려 내 두려움의 변명거리로 삼고 있는지 구분조차 못했을 것이다.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은 크다. 하지만 미리 후회할 것을 두려워하며 내리는 섣부른 선택이 아니라 돌아보면 후회하더라도 그 순간순간의 '나의' 마음을 따라 시간이 흘러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이리라. 군대를 아직 안 간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혹은 사랑하게 될 여자들은 수두룩하다. 어차피 잘 안 될 일을 뭣하러 하니,라고 그들에게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칼럼니스트

2014-03-30 10:52:4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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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4>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아진 거북선

지난달 전남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근처에 거북선이 등장했다. 전체 길이 35.3m, 선체 길이 26.2m, 폭 10.6m에 달하는 '실물 크기' 거북선이라 한다. 건조사업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얼마 전엔 여수엑스포역 광장에도 전체 길이 15m짜리 거북선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거북선의 수는 임진왜란 당시보다도 많다. 학계는 임진왜란 당시 건조된 거북선 수를 대략 5척에서 7척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남 여수를 비롯해 통영·남해·창원 등 경남에 있는 거북선까지 모두 10척이 넘는다. 침투력 뿐만 아니라 특유의 방어력 때문에 굳이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보다 많이 건조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거북선이 정작 21세기 들어 붐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역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거북선 건조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매개로 관광 수입을 늘려볼까 하는 생각과 지자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건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마저도 엉터리라는 점이다. 지난달 준공한 여수 거북선 건조에 들어간 예산이 26억원, 앞서 경남도가 6척의 거북선을 짓는 데 쓴 돈은 12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모양도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상태고 계획과는 달리 수입 목재를 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수 거북선은 해상전시와 육상전시 사이에 갈팔질팡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도는 임진왜란 때 음식을 재현하겠다며 '이순신 밥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예산만 받고 폐점하는 식당들이 속출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420여 년 전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과 공포, 그리고 거북선에 걸었을 기대를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 한 건 사실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7 15:44:5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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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밥맛은 돌솥밥이 최고다?

밥은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동남아의 푸석푸석한 쌀로 지은 밥이나 중국의 쪄낸 것 같은 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이니까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아도취에 빠져서 하는 소리만도 아니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였던 장영 역시 "밥 짓는 기술은 조선이 최고"라고 인정했다. 재료인 쌀도 좋아야 하지만 불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데 끓이고 뜸 들이는 기술은 조선인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밥맛 좋다는 우리 밥 중에서도 진짜 맛있는 밥은 어떤 밥일까? 현대인들은 시골 고향집에서 먹었던 가마솥에 향수와 추억이 담겨있으니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가마솥 밥을 그리워하지만 옛날 조상님들은 돌솥밥을 제일로 꼽았다. 조선 후기 영조 때 발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밥 지을 때는 돌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음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이며 다음이 놋으로 만든 유기 솥이라고 했다. 규합총서에도 밥솥으로는 돌솥이 으뜸이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는 가마솥보다 돌솥에 지은 밥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다. 지금과 달리 솥의 재질과 제조기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조선의 왕과 양반은 주로 돌솥밥으로 식사를 했다. 임금님의 수라 짓는 솥은 새옹이라는 조그만 곱돌솥에 꼭 한 그릇만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놓고 은근히 뜸을 들여 짓는다. 이렇게 먹는 돌솥은 개인 밥솥이었으니 특정인의 것이라고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돌솥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시 구절을 적어 자신의 밥솥임을 표시를 했다. 시를 감상하면서 먹는 밥은 맛이 어땠을까? /음식문화평론가

2014-03-26 11:36: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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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임창용 뱀직구에 프로야구판 요동

메이저리그 소방수에 도전했던 우완 임창용이 25일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컵스는 시범경기에서 임창용의 불펜 기용 가능성을 점검했으나 불가판정을 내렸고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했다.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방출은 친정 삼성 복귀를 의미한다. 마치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임창용의 복귀설은 지난달부터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임창용은 마이너 계약을 맺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였다. 시범경기를 마치고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다면 나이를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꿈을 접어야 하는 처지였다. 삼성은 임창용이 너무나 절실했다. 소방수 오승환의 한신 이적으로 뒷문이 부실해졌다. 안지만이 소방수로 이동했으나 이젠 필승 불펜요원의 부재가 빚어졌다. 철옹성에 금이 갔으니 상대 팀들이 삼성을 만만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넥센과 롯데 등이 우승후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불펜 보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확실한 카드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물밑에서 임창용의 복귀를 면밀히 추진했고 사실상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컵스에 이적료를 지불했고 방출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취했다. 임창용이 복귀한다면 삼성은 정규리그-한국시리즈 4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시즌 전망을 다시 해야 한다. 물론 임창용이 예전의 뱀직구를 던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38세의 노장 소방수가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25 14:46: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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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3>우이령길의 상흔

얼마 전 서울 우이령길을 걸었다. 산갈나무와 단풍나무, 밤나무, 잣나무 등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등 북한산 내 어느 지역보다 자연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그런데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우이령길은 걷고 싶다고 아무 때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지난 1968년 벌어진 뜻밖의 사건, 이른바 '1·21사태' 탓이다. 당시 휴전선을 넘은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이동하는 식으로 남하를 계속했다. 그렇게 해 청와대 코앞까지 다다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 놀란 것은 박정희 정권만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1월 23일에는 원산 앞 바다에서 감청 중이던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가 북에 나포되면서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 직전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향토예비군 창설'과 '주민등록제 강화'로 연결됐다. 동시에 정부는 백악산과 인왕산에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한 데 이어 우이령길까지 폐쇄해버렸다. 백악산과 인왕산은 청와대의 직접적인 경호를 위해, 우이령길은 만약 북에서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타고 내려올 경우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41년이 흐른 지난 2009년, 군사분계선 관리가 안정화되면서 백악산이 개방됐고 우이령길 출입도 예약만 하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고 시험운행 이벤트를 벌였던 남북간 동해선 철도는 여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남쪽의 안보 자신감은 높아졌지만 남북 사이에 도는 냉기는 여전한 듯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5 13:56: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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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기술 말고 '깊이'

색동헌은 창덕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2&i'의 건물 명칭이다. 색동을 우주의 상생과 소멸의 음양오행 이치를 가진, 한국인의 정서로 채워진 옷감으로 해석한 김옥현 교수의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지난 5일부터 열흘 동안 개관전을 열었는데 오방색의 다채로운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은 현대적 시각에서 장인(Craftmanship)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에는 디자이너 양지나의 'Asian Fusion' 시리즈 두 번째 전시회가 예정됐다. 양지나는 조선시대 전복과 스란치마의 진화라는 주제로 한국적 이미지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전통적 디자인의 현대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안이 기대된다. 양지나는 지난 2012년 괴불 모양과 조각보에서 보여지는 세모꼴 모티브를 이용한 프린트로 시대에 어울리는 전통의 소환을 보여준 바 있다. 주목할 것은 김옥현 교수와 양지나가 모녀라는 점이다. "본인은 색동의 줄무늬 색상과 문양을 현대화해 세계화하고자 한다"는 김옥현 교수와 "나는 한복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성과 어우러지는 실루엣을 패션디자인에 접목하기를 좋아한다"는 양지나는 닮았으나, 다른 듀엣이다. 갤러리 명칭이 '2&i'인 것 역시 여기서 비롯됐다. 전통과 현대, 엄마와 아기, 2명 작가의 협업이 함축된 것이다. 한국 디자인계는 브랜드계와 함께 2세 시대를 맞이했다. 전설이 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컬렉션장에 나타나는 걸 비난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소개로 협회나 단체에 자리를 꿰어차는 걸 만류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만들어온 디자인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통찰력을 갖길 권할 뿐이다. 부모들도 자녀에게 디자인 세계를 살아가는 기술 말고 깊이를 가르치면 어떨까. 옛말에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고 훈련을 거듭하면 세대가 이어지는 철학과 창의성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쉽고 편안한 길은 없다. 그러길 원한다면 쉬운 인생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3-24 12:09: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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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

무대 위에 올려진 시골집은 흑백 사진 같은 풍경이다. 그것은 고향이면서도 더는 고향이 아니며, 우리의 집터였으면서도 더는 우리가 사는 집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오래 전 그곳을 떠나왔고 어느 새 그곳은 낯선 곳이 되어버렸다. '시골집'은 홀로 버려진 과거다. 그런데 그것은 다만 풍경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담겨져 있던 체온을 언젠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길에 떨어뜨렸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서로 뒤엉키면서 끈끈하게 나누는 정을 옆으로 밀어제친 지 꽤 되었으며, 서로의 삶을 보듬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풍습도 고리짝에 놓고 자물쇠를 잠근 지 한참이 되었다. 신구와 손숙 주연의 연극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자국이 세월이 흐르면 다시 회한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해진다.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 주고받는 마음이 어느 날엔가는 추억이 되고, 그건 때로 가슴을 저미게도 하고 때로 우리의 영혼을 울컥하게 한다. 세월이란 그렇게 지나쳐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부르면 다시 돌아와 그날 그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애타는 마음이야 어찌 하겠는가마는 우리의 가슴에 죽어 사라지는 것은 그래도 결국 없게 된다. 신구와 손숙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 무대 위에 모신 사제가 된다. 연륜이 깊어진 연기는 역시 연기가 아니라 삶 자체가 되는 것을 또한 절감한다. 늙고 병든 아버지는 적막한 밤의 시간들을 보내며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몸은 굳어져가고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점차 모두에게 부담이 되어가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자명해져가고 있다. 늙은 아내 홍매는 언제 한번 제대로 정답게 대해준 적 없이 그렇게 떠나갈 채비를 차리는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의 힘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아니던가? 우린 누구나 할 것 없이 언제나 그렇게 뒤늦게 깨닫는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던 매화나무에서 붉은 홍매가 피어난다. 아픈 세월이 닥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꽃이 핀다. 우리에게 사랑과 생명을 주신 모든 부모님들이 이 봄에 피는 홍매로구나. 볕이 따스하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23 18:02: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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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상장폐지 요시모토흥업이 주는 교훈

일본 최남단의 휴양지 오키나와현 일대에서 열리는 오키나와국제영화제는 시작 계기와 운영 방식 등의 면에서 전 세계 무수한 영화제와 차별화돼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24만 명이 희생된 아픔을 품은 지역에 치유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웃음'과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코미디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정부나 오키나와현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일본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흥업이 주관한다. 이 때문에 영화제만의 딱딱한 형식이나 근엄함을 피할 수 있다. 철저히 관객 참여형 축제를 표방해 영화 상영만을 하지 않고 요시모토흥업 소속 코미디언 600여 명이 오키나와에 집결해 공연을 한다. 이 때문에 영화제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오사키 히로시 요시모토흥업 대표는 "일본에만 100여 개의 영화제가 있지만 엄격한 틀에 우리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6회째를 맞는 올해는 규모와 관객의 참여가 더욱 커져 이 영화제만의 특화된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키나와영화제가 이 같은 개성을 뚜렷하게 갖출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요시모토흥업의 상장폐지다. 오사키 대표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올해로 103년의 역사를 이어온 요시모토흥업이 상장한 지 약 50년 만인 2010년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당시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유명 시사 주간지가 오사키 대표를 6주 연속 커버스토리로 다룰 정도로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맞먹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오키나와영화제는 매년 적자를 보였고 요시모토흥업 주주들의 반발은 커져갔다. 하지만 영화제 설립 목표를 지키겠다는 뚝심 하나로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장폐지라는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투자금 유치가 이전만큼 원활하지 않지만 요시모토흥업은 여전히 일본 최대 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주주의 눈치와 압력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보다 실험적인 시도로 대중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상장에 목을 걸며 덩치 키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국내 연예기획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키나와영화제가 한창인 요즘 국세청이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으로 국내 연예계가 뒤숭숭하다. 다른 기획사들도 역풍을 맞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한류와 국내 기획사에 대한 신뢰도에는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적을 막론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업 목적은 대중의 즐거움에 있다. 요시모토의 상장 폐지가 목적을 잃고 흔들리는 우리 연예계에 주는 교훈이다. /오키나와에서

2014-03-23 11:34:39 유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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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규제개혁' 공무원 마음가짐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드디어 7시간에 걸친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규제개혁 회의에서 매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결국 공무원에게 달려있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면책해주고 예산과 승진·인사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016년까지 등록규제 1만5269건을 1만3069건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로 보아 규제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 20% 정도의 규제를 줄인다고 해도 규제개혁과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이전인 1988년의 1만185건보다도 양적으로 많다. 문제는 건수 위주로 대처하기보다는 규제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자세에 더 주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대통령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는 물론 부처이기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규제개혁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법 밑에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자체별로 각종 조례를 만들어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의 자세는 대체로 '면피' 위주에다 포지티브 방식의 무사안일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실효를 거두자면 공무원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는 풍토 조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밝힌 공무원 평가 기준을 구체화시켜 실행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상벌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잘못한 것만 골라 책임을 묻는 '필벌(必罰)'보다는 잘한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상을 주는'신상(信賞)'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대민업무에 솔선수범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훌륭한 성과를 올렸을 때에는 파격적인 승진제도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위민행정'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정치발전과 함께 규제개혁으로 공공서비스 혁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언론인

2014-03-23 10:55: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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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결혼하지 않는 인생

주말에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한 영화 '노아'를 보았다. 인류의 사악함에 분노한 창조주는 대홍수로 벌을 주고, 선택된 선한 자 노아에게만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가족을 데리고 방주로 스스로를 보호하여 새로운 장소에서 새 삶을 개척하게 한다. 노아와 그의 아내는 그 '새 삶'에 대한 정의가 다른데 노아는 창조주의 뜻에 따라 자신의 막내아들이 세상에 존재할 마지막 인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노아의 아내는 어떻게든 며느리가 임신한 아기를 살려냄으로써 인류의 지속을 지켜내려 한다. 이 때 아내는 남편 노아를 설득하면서 "나는 내 자식이 혼자 늙어죽는 꼴을 볼 순 없다"라며 울분을 토했는데 나와 같이 영화를 보던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인 친구는 그 말에 비수가 확 꽂혔다며 '으앙' 열분을 토했다. 주변만 봐도 30대의 미혼율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남자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여자의 경우 자신의 생활스타일이 바뀌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늘어서일 것이다. 출산적령기의 제한선에 걸려서야 결혼문제에 민감해지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이 때 나는 그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냐고 묻는다. 주변의 편견이나 성화, 미혼으로서 겪는 사회적 차별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십중팔구는 지금은 이렇게 속 편한 미혼생활을 하지만 막상 노후가 불안하고 외로울 거라는 의견, 아니 상상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노후엔 우리 모두가 누구나 불안하고 외롭고 서럽다. 엄마의 사랑으로는 자식의 슬픈 죽음은 도저히 인정하지 못할 그 무엇이지만 당사자도 엄마도 자식도 마찬가지로 슬픈 소멸을 맞이할 것이다. 평범한 인간은 생로병사가 주는 번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결혼했다고 부부가 동시에 사이좋게 죽기는커녕 배우자의 질병이 상대 배우자의 족쇄가 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더 길어 대부분 우리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되어갈 것이다. 이건 위로도 뭣도 아니고 그냥 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결혼해서 후손을 남기는 삶,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가지는 삶, 결혼하지 않는 삶, 미혼들끼리 공동체를 이뤄서 함께 사는 삶 등이 어우러져도 문제는 없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3-23 10:27:5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