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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가져야 할 기본

지난 주말 류현진의 승리 소식이 있었다. 앞선 경기에서 크게 부진했기에 우려가 많았지만 7이닝 무실점 호투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좋은 투수라는 데 이견은 없다. 좋은 투수인 이유도 많다. 타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훌륭한 구질을 가졌고, 제구력이 뛰어나며,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이다. 그를 판단하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하나다. 바로 그의 정신력에 대한 인정이다.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가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골프는 신동이 없다고 말하는 운동이다. 암벽 등반이 사람이 가진 가장 작은 근육을 발전시켜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골프는 그 반대다. 사람이 평생 쓸 일 없는 큰 근육을 훈련시켜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얘기다. 요는 큰 근육일수록 훈련되기가 어렵고, 훈련되더라도 잠깐만 소홀히 여겨도 원상 복귀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아마추어 골퍼들 중 골프를 빠르게 배우고 잘 치는 사람의 공통점은 평소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척추가 바로 선 사람일수록 좋은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MIK충주녹색패션산업단지가 건립 중이다. 지난 2009년 착공된 후 5년째다. 이 단지의 특성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의 기획·생산·유통에 있다. 새로운, 보다 미래적 개념의 패션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다.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은 자신에게 평생 밥벌이가 돼준 패션이라는 세계에 가치를 되돌려주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패션 시장에 결초보은 할 요량이다. 여러 가지 형태로 자신이 누린 기쁨을 환원시킬 수 있겠으나 그의 선택은 MIK였다. 어쩌면 그것이 기본이기 때문은 아닐까. 인궁칙반본(人宮則返本)이라는 말이 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로 '사람이 어려운 궁지에 처하면 자기의 근본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어렵고 힘들어져야 정신 차린다'는 말로 알아 들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렵고 힘이 들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기본뿐'이라는 가르침이다. 류현진의 정신력이든, 바른 자세로 곧은 척추를 만든 골퍼든 마찬가지다. 기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갖는 게 중요하다. 시대가 복잡하고 변화가 많을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가진, 가져야 할 기본은 무엇일까.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4-14 14:45: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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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산책]사사키 아타루라는 젊은 철학자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다." 무의식을 머리채처럼 어떻게 한다고? 독서를 이렇게 "과격하게" 표현하다니? 이 말은 책과 혁명에 대한 한 젊은 철학자의 선언이다. 그는 종교개혁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무엇인가? 성서를 읽는 운동이다. 루터는 무엇을 했는가? 성서를 읽었다.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다." 물론 성서를 읽어야만 혁명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읽는다는 것이 가지게 되는 역사변혁의 힘에 대한 강조다. 1973년생이니 이제 마흔 하나인 사사키 아타루라는 일본의 한 젊은 철학자요, 문학비평가다. 그는 푸코, 라캉 등을 논한 '야전과 영원'으로 일본 사상계에 선풍을 일으키더니, 이 땅에서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책으로 지난 2년 사이에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파도처럼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읽는 것 자체가 혁명이라는 이 주장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를 검색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시대에 책을 읽는 일이 점점 낯선 것이 되고 있는 때라, 그의 선포는 강렬한 울림이 되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은 문학의 발흥기였다. 그러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경우는 많아봐야 3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책을 집요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절망적이다. 그런 조건에서 발자크, 찰스 디킨슨,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왔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책으로 내주겠다는 곳이 없어 자비로 40부를 찍고, 지인들에게 7부를 겨우 나누어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수라도 "읽는 사람"들이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사사키 아타루는 니체의 다음과 같은 말에 주목한다. "언젠가 이 세계를 변혁시킬 인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도 방황하는 밤이 있을 것이다. 그 밤 문득 펼쳐본 책 한 줄의 미미한 도움으로 변혁이 가능해 질 지 모른다." 독서는 바로 그런 존재의 충격적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문명의 최고 발명품이다. 문학과 철학이 현실에 대해 뭘 해줄게 있는가라는 물음은 이 발명품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혹 쥐어뜯을 머리카락이 없다고 해도, 쥐어뜯을 무의식은 다들 가지고 있지 않은가?

2014-04-13 17:24: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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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그토록 우려됐던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드디어 1천조 원을 넘어 1117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국가부채가 2212만원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만 596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 연금은 적자가 날 경우 정부가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국가부채가 된다. 지난해만해도 연금지급액의 20%에 해당되는 돈을 세금으로 내줬다. 지난해 국가부채규모는 2012년에 비해 215조2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159조 4000억 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내줄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회계방식의 변경에 따라 140조원 정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GDP(국내총생산)에 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에 비해 아직 낮다는 한가한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소가 많다. 첫째,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 2011년 773조 5000억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무려44.5%나 늘어났다. 둘째, 생산적인 분야도 있지만 비생산적인 증가 분야가 우세하다, 비록 국가기간 산업이라고 해도 무리수가 많다. 셋째, 각종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에 따라 선심성 무상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해 국가부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선 공무원연금이나 군인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부채관리의 해법을 달리 찾을 길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두 연금은 일반국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평에 어긋난다. 지급개시년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지급규모가 두 배 이상 된다. 따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한다는 논의는 개진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수혜자인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제 밥그릇을 줄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를 떠나 정치적으로 선뜻 나설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져있다. 역대정권이 공무원연금개혁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개혁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나라가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2014-04-13 15:57: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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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발암공포에 떠는 10만명

당뇨 환자가 주변에 많다. 증가폭이 가파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발병하는 추세다. 환자라기보다는 당뇨인이라고 자연스레 부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의 생활습관이나 식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발표된 '2013 지역사회 건강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덜 걷고 술은 더 마신다"가 조사의 주내용이다. 이 때문에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늘고있다는 분석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합병증을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운동이나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이다. 철저하게 혈당체크등 자기관리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절박함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걷잡을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당뇨환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약 복용이다. 정기적인 의사처방으로 약을 복용하며 만성질환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 당뇨인들은 미국법원의 당뇨약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의 '발암가능성' 은폐에 따른 징벌적 배상판결에 언짢아 한다. 미국에서는 발암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뿐 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약이 과거에 문제가 됐고 그 당시 경고대응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히 다른 후속책을 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이 액토스와 방광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산업체인 다케다제약이 발암위험 가능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알고있는 사실일뿐 새로운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당뇨 환자나 가족들은 찜찜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한숨쉰다. 액터스는 제2형 당뇨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물로 국내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0만명이 매일 암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 마지못해 약을 먹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사가 처방하면 불안에 떨며 먹어야 하나. 만약 10만명이 식중독이라도 걸렸으면 우리 사회가 조용할까? 하루 10만명이 발암 위험성을 되뇌며 약을 넘기고 있는 현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하는지 .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료거부까지 했던 전국의 의사들이이런 환자들의 아픔과 불안감을 헤아려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이충건

2014-04-13 15:56: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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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글로 밥벌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분야별 종사자 중 월 수입 100만원 이하의 비율 가장 높은 분야는 '문학'이었다. 무려 문학 종사자 전체 중 91.5%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이란다. 이러니 글만으로 밥벌이하는 글쟁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런 냉혹한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많아 보인다. TV의 여러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았나 놀라지만 작가 업에 있어서도 글에 대한 욕망―그것이 간절한 자기표현이든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든―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꿈이 작가인 것과 목표가 '글로 밥벌이하기'는 사뭇 다른 얘기다. 취미로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이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예술이 줄 것만 같은 자유는 없다. 백여 명의 창작자의 일하는 방식을 인터뷰한 책 '리추얼'만 봐도 이름을 남긴 창작자들의 엄격함과 성실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글을 쓴다'는 말은 사실 얼마나 한량 같고 겉멋 들린 허세처럼 들리는가. 그러나 안을 들쳐보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지, 반향이 있을지 그 어떤 기약이 없어도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어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예술가면 밤늦게 술과 담배를 하면서 글을 쓰거나 글이 안 풀리면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영감을 받아서 쓸 것 같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엄수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말한다.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숙취에 시달리든 팔이 부러졌든, 그 사람들은 그저 매일 아침 여덟시에 자기들의 책상에 앉아 할당량을 채우지요. 머리가 얼마나 텅 비었건 재치가 얼마나 달리건, 그들에게 영감 따윈 허튼 소리." 통계 수치에서 문학 부문이 꼴등을 먹었다고 '원래 글 쓰는 건 돈이 안 돼'라며 낭만적 체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예술가 vs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양극단의 이분법으로 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입견이나 기존 통계를 전복시킬 만큼 더 부지런히 더 재미있는 글을 '프로'의 자세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13 10:25: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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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127년만에 사라지는 백열구

경복궁 뒤쪽 깊숙한 곳에 '향원지'라는 연못이 하나 있다. 한 가운데에는 '향원정'이라는 멋드러진 육각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왕가의 휴식처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887년 이땅 최초의 발전기를 설치했던 곳이자, 그 전기로 백열구를 밝혀 역시 이땅 최초의 전깃불을 켠 곳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백열구를 발명한 지 8년만의 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도입 시기가 빨랐다. 다만 당시의 발전 기술이라는 것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는 열을 향원지 물로 식혀줘야만 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 마치 천둥이 치는 듯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전깃불은 재미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찔 증'자에 '물고기 어'자를 쓰는 '증어(蒸魚)'가 그것이다. 향원지 물을 발전기 냉각수로 쓰다 보니 자연히 수온이 올라갔고 결국 향원지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또 발전기가 종종 꺼지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통에 '건달불'이라고도 불렸고, 향원지 물로 불을 켠다고 해서 '물불', 너무 묘하고 괴이한 불이라고 해서 '묘화(妙火)'나 '괴화(怪火)'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명칭이 존재했다는 건 당시 사람들이 전깃불을 그만큼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일 텐데, 오늘로부터 만으로 꼭 114년 전인 지난 1900년 4월 10일부터는 서울 종로에서도 첫 민간용 백열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마치 플로피디스크나 CD가 사라져가듯 백열구를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올초부터 국내에서는 백열구를 생산하지도 또 수입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신기술의 대명사와도 같았지만 백열구야말로 전기에너지 가운데 고작 5퍼센트만 빛을 내는 데 쓸 뿐 95퍼센트는 열로 낭비해버리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인 탓이다. 정부에서는 그 대신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전구 등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백열구가 들어온지 127년만에 일어나는 변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야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를 극빈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10 14:02: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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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약방의 감초, 주방의 파

한약에 감초가 빠지지 않는 이유를 동의보감에서는 72종류의 광물성 약재, 1200가지의 식물성 약초와 조화를 이루며 약효를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방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파다. 음식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념이기에 별명이 '화사초(和事草)'다. 모든 종류의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송나라 때 문헌인 청이록에 보인다. 물론 감초가 모든 약에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요리를 할 때 파를 넣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있다. 예컨대 미역국에는 파를 넣지 않는다. 미역과 파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아 영양분이 상충하고, 맛 역시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고기에는 파가 어울리는데 특히 봄에는 고기와 함께 파를 먹으라고 했다. 고대 중국의 예법을 적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 가을에는 겨자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인데 여기서 회는 굳이 생선회가 아니라 주로 육회를 뜻한다. 약간 응용하자면 요즘 고깃집에서 파 무침을 내오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예법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예기에는 또 군자를 맞이해 파와 마늘을 준비할 때는 양쪽 끝을 가지런히 다듬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소중한 손님을 맞을 때 파는 빼놓을 수 없는 채소였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반찬 하나도 정성껏 깨끗이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쪽파가 제철이다. 쪽파로 담근 파김치도 맛있고 파절이 한 접시에도 입맛이 살아난다. 옛날 선비는 파를 인생의 청춘에 비유했지만 봄 파는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9 11:25: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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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메디치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오는 13일은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주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후계자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태어난 날이다. 유년시절 부모를 잃고 어려운 성장기를 거친 후 프랑스의 앙리 2세에게 시집가 왕비가 된 인물이다.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가 주무대였던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를 이끈 동시에 상공업 진흥을 선도함으로써 봉건주의 유럽에 상업자본주의를 일구고 퍼뜨린 주역이기도 하다. 와인의 역사에서도 메디치 가문은 큰 획을 긋는 역할을 한다. 와인은 중세 유럽 흑사병의 창궐 이후 전염병을 피하기 위한 일상의 음료가 되었지만 생산은 수도원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이었다. 이를 파티 문화와 결합시킨 주역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와인과 요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호화로운 궁정 파티는 바로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비롯되었고 그 시작점에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존재한다. 상공업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에 시집갈 때만 해도 프랑스는 여전히 봉건주의가 압도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후진국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카트린 드 메디시스를 시집 보내면서 그녀가 문화적 괴리로 인해 고통 받지 않도록 요리사를 비롯해 수백 명의 시종을 동행시킨다. 앙리 2세가 즉위해 왕비로 지위가 격상된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왕과 더불어 파리에서 연일 성대한 연회를 개최하고 프랑스 궁정요리와 파티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와인과 음식을 매칭시키는 관행이 만들어지고 파티가 생활화됐다. 프랑스 국왕은 봉건 영주들을 초청, 화려한 궁정 파티를 자주 열어 그들의 위상을 과시했다. 연회의 규모와 화려함은 영주들의 질투심과 경쟁심에 불을 지른다. 영주들은 국왕이 파티를 열 때마다 요리사 등 수행원을 대동해 그들로 하여금 요리와 파티 양식을 배우게 하고 자신의 영지에서 유사한 파티를 개최한다. 이렇게 해서 파티 문화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와이너리가 번성하고 귀족들이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프랑스의 큰 궁전은 거대한 정원 너머에 본궁이 자리하고 양 측면에도 규모가 큰 부속 건물들이 있다. 이 부속건물은 당시 봉건영주들이 대동한 수행원들의 숙소로 쓰였다. 프랑스의 궁전 구조는 와인과 파티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는 그래서 와인과 음식문화에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된다. 역으로, 연일 이어지는 파티와 극심한 낭비로 인해 귀족의 타락과 재정의 피폐를 초래, 결국 프랑스 혁명을 야기하는 동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4-04-08 09:36:46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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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소비가치의 기본은 희소성

라네즈의 립스틱 핑크가든이 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가 사용한 덕분이었다. 지역 유통업자들은 폭발적 수요를 감안해 주문을 외쳤다. 물건을 손에 쥐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바른 립스틱 때문이었다. 입생로랑의 틴트 103호를 비롯해 아이오페 워터 핏 포에버핑크 44, 샤넬 루즈 알뤼즈 136번까지 잇달아 화제가 됐다. 그러나 누구도 소위 '대박'난 업자는 없다. PPL의 성공신화가 무색해진 셈이다.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왔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세련된 매장과 소품, 커피와 디저트에 빠졌다. 텀블러를 들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 소비라 여겼다. 커피빈이 등장했고 까페베네가 토종이란 명분으로 시장에 뛰어 들었다. 커피 시장은 순식간에 식음료 부문의 1등 영역으로 자리매김했고 골목마다 양질의 커피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소규모 카페가 넘쳐났다. 이제 커피전문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머무는 장소로 전락했다. 웰빙 열풍과 함께 헬스클럽이 동네마다 생겨났다. 어느 순간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이 직접 경영하는 고액의 클럽이 줄을 이었다. 기구 운동에서 유산소 운동으로 콘텐츠의 중심도 바뀌었고, 근력 운동에서 필라테스처럼 맞춤화를 통한 고급운동으로 진화했다. 그러는 동안 이용 가격은 하염없이 떨어졌다. 고급 헬스클럽 역시 골프·스쿼시 등 종목은 늘리고 기간 회원의 이용료는 대폭 낮췄다. '몸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시들해졌다. 인위적인 육체보다 자연스러운 몸매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패드(Fad)의 시대다. 업종이나 상품별로 최소한으로 '이만큼은'이라 여겨졌던 인기 시한이 짧아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잉 공급과 과당 경쟁. 반도체와 같은 산업도 아닌데 시장 안에서 가격을 무기로 하는 치킨게임으로 점유율을 다투니 소비자에게 폄하되는 게 당연하다. 소비 가치의 기본은 희소성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희소성이 사라지면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희소성이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왜 판매하느냐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희소성은 당신이란 사람의 의식·행동·경험에서 비롯된다. 당신의 생산은 72억2400만 분의 1의 희소가치를 가졌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4-07 11:18: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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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한쪽 눈이 없는 어느 정치인이 상대 정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자 반박할 근거를 대지 못한 쪽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눈도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그러자 공격을 받은 의원이 "네, 저는 한쪽 눈밖에 없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볼 수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폭소가 터지고 인신공격을 한 쪽은 완패한 꼴이 됐다. '일목요연'의 본래 뜻은 한눈에 척 봐도 명쾌하게 드러난다는 건데, 그걸 이 눈 하나밖에 없는 정치인은 멋진 반격의 부메랑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존엄한 사회의 감정사회학을 제창하고 있는 김찬호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 '모멸감'에 소개된 실례다. 링컨이 선거 중에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모함에 대해 "그게 사실이면 감히 이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멸의 대상을 도리어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으로 역전시킨 발상의 유쾌함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재치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개는 모멸의 언사나 행위로 해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받는다. 좌절과 분노, 또는 슬픔은 모멸이 가하는 학대의 결과다. 힘이 없거나 출신이 처진다고 여겨지거나 가난하거나 행색이 남루하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이런 가해행위를 별 부담 없이 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된다. 다들 그 저주의 목록에서 빠져나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경쟁은 또 다른 상처와 모멸의 무대가 된다. 악순환이다. 박재동 화백이 전시회를 하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 하나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가? 자기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곳에서 산다. 그렇지 못하면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죽고 싶어 한다. 이것이 사람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토로하고 있다.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나 관계는 죽음의 병을 키워가는 곳이다. 상대를 밟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우월감은 행복이 아니다." '모멸감'의 한 대목에 적힌 글귀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거나, 자기의 권세로 약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행복의 이유가 되는 사회는 비루하다.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이는 한눈에 척 봐도 그 얼굴빛이 남다르다. 일목요연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한쪽 눈이 없는 경우일지라도. /성공회대 교수

2014-04-06 15:58:39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