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의 인문학산책] 다음 세대를 위한 횃불을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요즈음 한참 주목받는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라픽 채널에서 새로 제작한 의 진행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의 직업은 "과학 해설자(Science commuicator)"다. 우주의 생성과 구조, 그 움직임에 대해 일반대중들에게 쉽고 소상하게 알려주는 역할이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이자 과학소설 작가이기도 하며, 무려 19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소개 영상에 등장해서 더욱 유명해진 이 프로는 1980년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작, 진행해 최고의 인기를 모은 의 21세기 판이다. 오바마는 "우리의 첨단 과학의 성취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이 방송의 의미를 강조한다. 타이슨 역시, 과학이란 전 세대의 스승이 다음 세대의 제자에게 지식의 횃불을 전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타이슨은 17세 때, 코넬 대학에 있는 칼 세이건을 만나 그의 책 첫 장에 "미래의 천문학자"라는 친필서명을 받는다. 1975년 세이건의 수첩에는 뉴욕 브롱스 과학고 출신의 이 총명한 흑인 소년을 만나는 일정이 기록되어 있다. 1편 도입부에는 바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타이슨의 가방에서 그 수첩이 공개되는 장면이 나온다. 40년 전 한 소년의 장래가 그렇게 방향을 잡았다. 11편에는, 전자기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과학기술의 결정적 이론을 세운 마이클 페러데이가 등장한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불우한 소년시절을 지냈던 그가 이후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금요 강연을 연 것은 19세기 이래 지금까지 유지되어오는 전통이다. 칼 세이건도 이 강의의 강사로 나선 것은 물론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과학자의 꿈을 꾸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해 지식의 횃불을 전수하는 훌륭한 전통을 세운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어느새 양극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런 식의 노력은 아예 기울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미리 알겠는가? 가난하지만 재능 있고 총명한 아이들 속에 미래의 뉴턴, 아인슈타인, DNA하면 떠오르는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칼 세이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이 있을지 말이다. 교육의 양극화를 교정하지 않는 사회는 지식의 첨단을 향해가는 능력을 스스로 해체하는 곳이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