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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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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페네데스의 까바(CAVA)

바르셀로나가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꽃보다 할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북동부의 역사도시이자 관광지로, 프랑스와의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을 머리에 이고 지중해에 접한 카탈루냐의 주도이다. 각종 해외 전시회 개최지로도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카탈루냐 주는 화가 달리나 건축가 가우디 등을 배출한 스페인의 문화 중심지다. 동시에 와인 산업에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기원전 7세기경 페니키아인으로부터 전파되었다고 전해지니 스페인 와인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와인산지는 페네데스와 프리오라트 두 곳이다. 페네데스는 바르셀로나에 인접해 있으며 세계적으로 프랑스 상파뉴의 샴페인과 어깨를 견주는 명품 스파클링 와인 까바의 주생산지다. 샴페인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그리 떨어지지 않는 와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세계에 유통되는 까바의 90% 이상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 샴페인과 까바는 제조 방법이 같다. 소위 '전통 방식'이라고 하는 샴페인 방식을 사용한다. 스파클링 와인 제조는 그밖에 탱크발효와 탄산가스 주입방식이 있는데 이들과의 차이는 1차 발효한 후 병입하여 2차 발효를 병 속에서 한다는 점이다. 병 속에서의 2차 발효가 어떤 점에서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차별화될까. 비밀은 병 속에서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에 있다.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 후 보관하는 과정에서 효모의 찌꺼기('리'라고 한다)가 남아 와인의 맛에 깊이를 더하고 효모 특유의 향을 남긴다. 일반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칼 같은 산미는 덜하지만 우아함이 포장된다. 까바는 샴페인에 비해 산미와 꽃향, 과일향이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포도 품종이다. 샴페인은 레드 종인 삐노 누아, 화이트 품종인 삐노 뮈니에 및 샤르도네를 사용한다. 화이트 품종만 쓰기도 하고 레드 품종과 블랜딩하기도 한다. 까바는 화이트 품종으로만 만든다. 까바는 토착 품종인 파레야다, 마카베오, 시렐로 등 3종이 주로 쓰인다. 제조방법은 같으나 여러가지로 다른 까바 와인은 이른 봄이 제철인 쭈구미 데침과 궁합이 맞는 와인으로 추천할 만 하다.

2014-03-20 18:43:43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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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로마황제는 왜 소시지를 못 먹게 했을까?

소시지는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한다. 인류가 먹은 역사도 오래여서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나온다. 이런 소시지를 로마시대에는 두 번이나 못 먹게 했다. 왜 소시지 금식령이 내려진 것일까? 소시지 금식령의 주인공은 9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레오 6세였다. 당시 동로마에 식중독이 퍼졌는데 순대처럼 고기와 피를 채운 소시지가 원인으로 소시지가 지목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는 많았다. 때문에 소시지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식중독을 아예 소시지 중독(Wurstgif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4세기 초반 서로마에서도 비공식적이지만 소시지 먹는 것이 금지됐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엉뚱하게 소시지에 불똥이 튀었다. 사치스런 음식인 데다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시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독교 공인 이전 로마에서는 봄맞이 축제로 루퍼칼리아 축제가 인기가 높았다. 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고 다산을 기도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도 남녀가 유별했는지 축제 기간만큼은 선남선녀의 자유로운 만남이 허락됐다. 소시지는 바로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1세기 네로황제 때부터 루퍼칼리아 축제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눈살을 찌푸릴 정도가 됐다. 결국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순결을 강조하고 우상숭배 기피 풍조가 퍼지면서 축제 자체가 금지됐고 덩달아 축제 음식인 소시지까지도 기피하게 됐다. 빗나간 봄맞이 축제로 소시지가 피해를 봤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9 12:16:1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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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시원시원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요

Hey 캣우먼! 딸만 셋인 보수적인 집에 둘째딸입니다. 중간에 끼여 자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잘 보는것 같아요. 좋게는 남을 잘 배려하는 성격이라고 말하고 주변 사람들도 착하다고 하지요. 이렇게 살아오니 늘 남한테 맞춰주고 양보해주는 게 익숙해졌어요. 친구와 남자친구에게도 상대 의사에 더 따르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이 사람이 싫어할까 걱정합니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소심하죠. 간혹 기가 세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담스럽고 위협적으로 느껴져 회피하게 돼요. 제가 어떡하면 시원시원하게 제 생각대로 표현하고,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을까요? (봄산책자) Hey 봄산책자! 남을 배려하는 성격은 좋은 성격이지만 그것이 나를 억누르면서 우러나는 배려라면 진정한 배려가 아닌 무리와 감정노동일 뿐입니다. 당신의 배려는 버림받는 것의 두려움 때문인데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나를 좋아하는 몇 명의 사람들도 나를 영원히 좋아해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 드넓은 지구에서 우리는 순간순간 소중한 한 때를 스쳐지나듯 공유하는 것이죠. 미움 받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내 주변에 '나를 진심으로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만만하게 볼 사람들'만 남을 공산이 커집니다. 직설적이고 기가 세보이는 사람들이 미운 것은 질투 때문에 그런 거고요. 당신은 분노를 내면에 누르고 착한 척 하는데 저 사람들은 남들 신경을 요만큼도 쓰지 않으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그 중간쯤인 시원시원하게 자기 생각 표현하고 자기 욕망대로 살면서도 욕 먹지 않은 캐릭터를 원하겠지만, 현실은 내가 아무리 '괜찮은' 생각을 표현해도 항상 누군가는 날 '안 괜찮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기대를 하나씩 저버리고 내 감정에 보다 귀 기울이며 'NO 반사신경'을 단련시켜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걸 훈련할 일차 대상은 공교롭게도 당신의 그 친구들과 남자친구일 것입니다. (캣우먼)

2014-03-18 11:27: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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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Made in KOREA

1983년 MTV 25주년 특집방송에 마이클 잭슨이 등장했다. '빌리진'을 부르며 전설이 된 문워크 춤을 선보인 날이었다. 이 때 마이클 잭슨의 왼쪽 손에 착용됐던 라인석 골프 장갑은 단숨에 화제로 떠올랐다. 이 장갑은 2009년 뉴욕의 하드록 카페에서 경매에 붙여졌고 35만 달러에 낙찰됐다. 낙찰 후 장갑의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는데 안쪽 라벨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Made in KOREA' 뿐이었다. 드라마·가요·영화 업계는 상품 기획을 'K' 붙이기에서 시작한다. 해외 시장 판매를 기본으로 하면 최소한 본전은 뽑는다는 판단이다. 안이한 생각이지만 맞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품은 K 스타·K 문화·K 정신·K 언어 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문화 컨텐츠는 그 자체가 Made in KOREA의 집합체다. 즉, 어디에서 만들어졌냐는 것의 프리미엄을 가졌다는 얘기다. 한국 패션은 북미나 유럽 지역의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제 곧 한국 땅으로 몰려들 기세다. 이런 흐름에 초를 치고 있는 것이 원산지 표시다. 디자인, 컬러, 패턴 등에서 인정을 받고도 'Made in VITENAM' 또는 'Made in CHINA'의 라벨 때문에 거래에 제동이 걸린다. 대부분의 바이어는 Made in KOREA였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판매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주 계약 체결 후 오래지 않아 취소를 통보 받기도 한다. 한국은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메모리반도체·자동차·LCD 등 이른바 수출효자 종목의 힘이 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품의 원산지 표기 시 조립지역을 부각시키는 'Processed in KOREA' 혹은 총체적 관리 지역을 알리는 'Controlled in KOREA' 방안을 제시했다. 중계·가공 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하겠지만 Made in KOREA가 가져올 가치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다. 경제활동에 대한 지역자치단체의 적극성,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경험, 은퇴자들에 대한 활용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원가절감이란 명제 아래 생산지를 철새처럼 떠도는 일은 그만하길 바란다. 한계효용체감의 시절이기 때문이다.

2014-03-17 12:55: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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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광주 신구장의 프로야구 효과

광주에 새롭게 들어선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관중에게는 아주 좋은 야구장이다. 관중석이 그라운드에 가깝고, 의자 크기와 간격이 넓어졌고 해를 등지고 야구를 볼 수 있다. 내야석 각도가 16도로 편안한 시야감을 준다. 화장실, 편의점, 장애인석 등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문제점도 많다. 잔디상태와 흙 등 그라운드가 완벽하지 않았다. 투수들이 등판을 준비하는불펜도 구부러졌고 익사이팅존은 수비수들의 부상 우려를 낳고 있다. 설계 과정에서 기형적인 건물들이 생겨나는 등 세밀한 부문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축중인 대구 신구장이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이다. 그럼에도 광주 신구장은 벌써부터 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 KIA-두산과의 경기에는 무려 3만8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개장 첫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토요일에는 1만8000명, 일요일에는 2만 명이 찾았다. 시범경기치고는 기록적인 관중이었다. 그만큼 신구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루 2만 관중은 KIA 구단에게는 꿈의 숫자였다. 무등야구장은 1만2500석뿐이었다. 이제는 롯데, 두산, LG, SK와 더불어 연간 100만 명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벌써부터 구단 관계자들은 흥행 기대감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팀 성적도 좋아야 하고 세련된 마케팅 기법도 발굴해야 할 것이다. 야구계로 본다면 챔피언스필드 개장은 흥행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간 700만 관중을 넘어섰지만 1000만 관중은 요원하다. 오히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전파를 타면서 관중이 줄어들었다. 올해도 윤석민과 오승환 등이 해외진출 악재까지 겹쳤다. 때문에 더욱 광주 신구장의 개장은 반갑다. 신구장이 흥행 기폭제 노릇을 해줄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17 11:06: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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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는 하늘의 푸르름을 쳐다본 적이 없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가 남긴 말이다. 물론 강아지들을 비하하기 위한 주장은 아니다.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세상에 대한 한 마디였다. 한국 인문교육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 얼마 전 나왔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느새 '여름 저녁의 노을, 눈 내린 숲의 아름다움'보다는 '돈 되는 일'에만 꽂혀 사는 모습에 대한 일깨움으로 그득 차 있다.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 이야기도 그 안에 담겨 있는 한 토막이다. '정신을 작은 상자에 가두는 교육'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왜 시간이 걸리고 과일은 왜 천천히 익고 씨앗들은 왜 겨울 눈 더미와 지층 사이에서 서서히 싹 틔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걸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도정일은 시인 정현종의 표현을 빌려 '짐승스러운 편리의 노예'라고 부른다. 그는 책 읽기 운동을 펼친다. 책을 읽지 않는 머리에서 무엇이 과연 나오겠는가라는 거다. 오래 전 시인 김수영도 "신문만 읽는 머리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라고 탄식한 바 있다. 여기서 방점은 '신문'이 아니라 '신문만'이다. 단명하기 짝이 없는 정보와 들뜬 여론의 껍데기를, 마치 알지 않으면 뒤쳐질 세상의 대세로 인식하게 만들고 생각의 작동을 점차 마비시키는 대중매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에 대한 질타다. 대중매체는 민주주의의 힘인데, 오늘날 상황은 그 반대로 치닫고 있다. 성서에는 한 율법학자에 대한 예수의 비유가 나온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란 잘 훈련된 율법학자와 같다면서, 그는 자신의 곳간에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가려내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누구의 눈에나 새것과 낡은 것이 어느 것인지 자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은 무슨 훈련을 하고 있을까? 혹시 베르제의 강아지를 기르는 일에 온통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쓸모 있는 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내팽개쳐놓고, 진즉에 버려야 좋은 것을 고귀하다고 추앙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을까?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만 제대로 가지고 있어도 교육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16 16:52:5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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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국정원에 '봄날'이 오려면…

국정원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국정원장 사퇴나 관련자 문책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지난해 4월에 대선 관련 댓글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안 돼 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5년 불법도청 의혹으로 받은 압수수색을 합치면 세 번째가 된다. 국정원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분단국가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가발전에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도 수행했지만 때로는 '정권의 시녀' 노릇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던 국정원이 민주화의 시발이 된 1987년 6·29 선언 이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혼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본래 설립취지나 기능과 거리가 먼 활동이 수시로 노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의 취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기능이 변질돼 본래의 사명을 벗어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대선 댓글 사건만 해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국정원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중앙공안정보기관(일명 모사드)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최소한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그리고 일본의 내각정보조사국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정원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익 위주의 엄정중립 기관이 돼야 마땅하다. 어떤 정권 교체에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기능면에서는 국익 위주로 해외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안보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시대에 승리할 수 있는 산업정보 수집과 유출방지 역량이 획기적으로 커져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답게 철저한 정보관리와 운영능력이 요구된다. 바로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이러한 국정원의 환골탈태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국정원 전 요원들은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무장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인

2014-03-16 15:39:5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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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구본무 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불가능한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일반인들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들어봤음직한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를 필두로 삼성의 개혁이 시작됐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삼성의 위상을 보면 경영자의 장기적인 안목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지 기업경영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통한다. 중국의 고사에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는 이유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을 취하는 게 옳은 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때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양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주총회를 보며, 느끼는 소회는 남다르다. 두 회사는 모두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 지난 14일 주주총회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표면적으로 두 회사 모두 큰 이슈가 없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등기이사 9명에게 지급하는 총 보수한도액을 작년보다 100억원 늘린 것이나, LG전자가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것 정도가 이야기 될 만한다. 그러나 내면에 담긴 온도차는 상당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여전히 휴대폰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LG전자의 차이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주주배당이라는 지표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재한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보통주 1주당 지난해보다 84% 늘어난 1만4300원을 지급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9조원, 영업이익 37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한 구본준 부회장을 대신해 정도현 최고재무책임(CFO) 사장이 발표한 LG전자의 현금배당은 주당 200원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배당금이 각각 3000원과 1000원으로, 3배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차이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후 20여 년간 LG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LG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의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빼앗긴 것이 어려움의 시초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겪는 어려움은 단지 반도체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출구없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특히 문제는 미래다. IBM PC사업부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레노버처럼 중국의 경쟁업체 중에 삼성처럼 장기적인 비전으로 무장하고 성장하는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힌 류촨즈 레노버 회장은 지난 2003년 강연에서 "기나긴 역사에서 20여년이란 시간은 한순간과도 같다. 그러나 레노버의 역사에서 지난 20년은 모진 비바람을 뚫고 이겨낸 세월이었다"며 "처음은 언제나 비전이다. 그것이 나와 조직을 이끌 것이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앞뒤로 끼어버린 형국인 '위기의 LG'에게서 구본무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2014-03-16 11:08:33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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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목수들과의 일주일

큰마음 먹고 이번에 평생 쓸 요량으로 작업용 원목테이블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기로 했다. 밤마다 집요하게 검색에 검색을 거쳐 여섯 군데 정도로 최종후보를 추리고 짬을 내서 발품팔아 직접 가구를 보러가기로 했다. 사이트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막상 가보니 가구전시장을 따로 가진 곳도, 톱질 중이라 정신없던 공방이 전부였던 곳도 있었고, 아예 자신이 만든 가구가 비치된 카페로 안내한 분도 있었다. 이렇게 천차만별의 고객대응방식이었지만 한 가지 놀랍도록 공통적이었던 점이 있었다. 제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난 모든 목수 겸 가구디자이너 분들은 단 한 명도 '우리 것이 제일 좋다'며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시간을 들여 찬찬히 테이블을 관찰하고 만져볼 여유를 주었다. 음흉한 소비자인 나는 다른 가구점도 지금 발품팔이 중이라고 슬며시 흘리니 그들은 조급해지거나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해맑게 웃으며 "잘하셨어요. 가구는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딱 맞는 짝을 찾아야 한답니다"라며 차라리 축복해주셨다. 발품팔면서 알게 된 원목에 대한 얕은 정보로 깐깐하게 캐물으면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더 신나서 설명해주며 나를 '모범적인 소비자'로 기특해했다. 하물며 제품 느낌이 엇비슷한 경쟁사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슬쩍 떠보니 한 목수는 '솔직히 말하면 전 개인적으론 그 업체 제품을 좋아한다'며 나도 분명 그 집 가구를 좋아할 공산이 크다고 꼭 가보라고 되레 부추키기까지 했다. 그 목수의 추천대로 갔다가 공교롭게도 그 곳에서 내 '짝'을 만나버리고 말아서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일은 옷이나 소파나 침대 매트리스 등 그 어느 제품을 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자기네 물건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고 내가 꼬치꼬치 캐물으면 짜증냈다. 그런데 직접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이 분들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칭찬까지 해주는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이 자부심과 관대함은 자연이라는 나무를 일상적으로 만지고 사는 데에서 기인했을까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행복한 쇼핑이었다.

2014-03-16 11:03:58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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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2>의정부, 부대찌개의 추억

반 세기가 넘도록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우리네 곳곳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제일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만나는 '부대찌개'가 그 단적인 예다. 부대찌개라는 명칭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반으로 찌개를 끓여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하는데, 제일시장의 수십 년 된 가게들에선 굳이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소세지와 스팸 그리고 다진 고기를 넣은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이래 해마다 부대찌개 축제까지 벌여오는 걸 보면 부대찌개가 마치 의정부의 상징인양 느껴진다. 그런데 부대찌개의 역사는 곧 눈물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1면 톱으로 실린 '허기진 군상'이라는 기사를 보면 드럼통에 담긴 음식물을 사가는 사람들의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어 있다. "먹는 것이 죄일 수는 없다. 먹는 것이 죄라면 삶은 천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 먹이로 사람이 연명을 한다면, 식욕의 본능을 욕하기에 앞서 삶을 저주해야 옳단 말인가. 담배꽁초, 휴지 등 별의별 물건이 마구 섞여 형언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 반액체를 갈구해야만 하는 대열! 그들은 돼지의 피가 섞여서가 아니다. 우리의 핏줄이요 가난한 이웃일 따름이다." 부대찌개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즉 돼지에게나 먹일 '꿀꿀이죽'을 인간이 먹을 수밖에 없던 한국전쟁 뒤 가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기사다. 물론 지금의 부대찌개에는 미군이 먹다 남긴 재료를 재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1966년 방한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성을 따 '존슨탕'이라고도 부르는 부대찌개는 여전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궁핍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지나간 우리시대를 떠올리게 해주는 역사의 한 단면으로서 존재한다.

2014-03-13 15:46:12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