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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과거는 과거일 뿐

얼마 전 20대 시절의 지인한테 연락이 왔다. 그 시절 몇몇 다른 이들과 함께 모임을 가졌던 '사회친구'였다. 지난 십여 년간 따로 연락은 없었다. 우연히 그녀가 나의 측근과 술자리에서 만나 내 연락처를 알아내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반가움에 회신하며 몇 개의 문자메시지가 오갔다. 거기까진 좋았다. 옛 멤버들끼리 한 번 뭉치자고 말한 대목에서 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거나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곧 버릴 명함이나 주고받으며 '언제 한 번 보자' '다음에 한 번 뭉쳐야지' 라는 말, 우린 참 많이 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반가운 건 첫 재회의 순간 정도가 아닐까? 막상 두 번째 만남을 성사시켜 만난다면 그것은 대개 부담스럽고 힘든 자리일 확률이 높다. 왜냐, 현재보다 과거를 공유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공유하기엔 그만큼 서로에게 이젠 관심이 없고, 현재 자기 상황을 얘기하다 보면 자기자랑이나 자기연민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그러면 자연히 과거 시절 이야기를 하나 둘 퍼 올리거나 그 시절의 다른 지인들에 대한 현황공유나 하게 된다. 혹은 반대로 그게 '한 번 뭉치자'는 말이 '그냥 한 말'이면 얼마나 영혼 없는 대화인가! 솔직히 말했다. "뭘 번거롭게 뭉쳐. 과거는 아름다운 과거로 남겨." 회신이 1초도 안 돼서 돌아왔다. "나쁜 것,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라!" 의리 없다는 듯 그녀는 귀엽게 성을 냈다. 작금의 유행어 '의리'에 비장함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어떤 대의명분이나 남의 눈을 의식해서 무리하기 때문이다. 의리보다는 신뢰가 낫다. 신뢰는 늘 구체적인 형태로 '확인'을 안 해도 편한 그런 무리하지 않는 관계다. "때 되면 만나겠지. 볼 사람은 또 어떻게든 보게 되잖아."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내게 야박하다고 했지만 그건 매정한 게 아니다. 정말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행여 '진심으로' 옛 지인을 굳이 먼지 털어 만나고 싶어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현재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나는 가지고 있다. 나는 그녀가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랐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5-25 09:50: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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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서울 경복궁을 거닐 때면 의아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한 때 건물들로 빽빽했다는 경복궁이지만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복궁이 처음 대대적으로 망가진 것은 지난 16세기말 임진왜란 때였다. 선조가 의주로 도망을 간 직후 백성들에 의해선지 왜군에 의해선지 주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홀랑 불에 타버린 것이다. 이후 270여 년 동안 방치돼 있던 경복궁이 다시 지어진 것은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또 수난의 시대가 찾아 온다.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본이 경복궁에서 '시정오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일종의 '엑스포'를 연 탓이다. 엑스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1923년 조선부업품공진회, 1925년 조선가금공진회, 1926년과 29년에는 조선박람회가 연거푸 개최됐고 1935년에는 조선산업박람회까지 열렸다. 문제는 이런 행사를 위한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원래 있던 전각들 가운데 상당수를 헐어버리거나 외부에 팔아버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구한말 당시 경복궁의 건물 수는 모두 509동에 달했으나 엑스포를 구실로 90% 이상이 헐리고 말았다. 해체한 뒤에도 재조립이 가능하다는 목조건물의 특성상 헐린 전각들은 요정이나 사찰, 개인집으로 팔려나갔다. 집현전의 후신이랄 수 있는 '홍문관'은 남산으로 팔려가 '화월별장'이라는 요정으로, '비현각'은 장충동으로 옮겨져 '남산장'이라는 요정으로 이용되는 식이었다. 세자와 세자비의 생활공간인 '자선당'의 운명은 더 처연하다. 1915년 일본 도쿄로 옮겨졌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불타버리고 말았다. 지금 현재 경복궁 동북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돌무더기가 바로 1996년 일본에서 환수해온 자선당 석축이다. 2014년 5월 현재 경복궁에선 수라간 등 일제 때 헐려나간 시설들을 다시 짓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헐린 궁을 다시 짓는다고 비운의 역사가 극복되고 옛 영화가 되살아날까? '문화재 복원'이란 미명 아래 사라진 건물을 재건하려 서두르기에 앞서, 지도자들이 무능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곱씹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5-22 13:17: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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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돼지족발이 특별한 이유…

돼지족발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우리는 물론 중국에도 다양한 돼지족발 요리가 있고 태국도 카오카무라는 족발덮밥이 유명하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독일에는 구운 족발 학세와 맥주에 삶은 아이스바인이 있다. 프랑스는 달콤한 족발 조림, 피에 드 코숑이 인기 고 이탈리아에는 잠포네가 있다. 대부분 나라는 족발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먹는다. 이탈리아는 새해에 잠포네를 먹으면 일 년 내내 지갑에 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중국 당나라 때는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족발을 먹으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우리 역시 산후 조리로 족발을 먹으면 산모의 젖이 잘 나온다고 말한다. 족발에 왜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담았을까? 네발로 걷는 동물은 발바닥에 정기가 몰리는데 특히 돼지는 짧은 다리로 육중한 몸을 버티고 서 있으니 족발이 그만큼 튼튼하고 강하며 몸에도 좋다고 여겼다. 옛날, 좋은 음식이 생기면 먼저 하늘에 제사부터 지냈으니 족발도 예외가 아니다. 돼지족발과 한 잔 술이라는 뜻의 돈제우주(豚蹄盂酒)의 고사가 그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 대군이 제나라를 침범했다. 놀란 제왕이 이웃 조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며 예물로 황금 100근과 마차 10대를 준비했다. 이를 본 재상 순우곤이 웃다가 갓끈이 끊어졌는데 왕이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에 어떤 백성이 돼지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제단에 올려놓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았는데, 풍년을 기원하고 자녀의 출세와 부부 백년해로를 빌면서 제물로 달랑 돼지족발 하나를 놓았으면서 원하는 것은 너무 많았던 것이 떠올라 웃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제왕이 황급히 예물을 늘려 황금 1,000근과 마차 100대를 보내 원군을 청했다. 조나라에서 정병 10만과 전차 1,000대를 파견하니 소식을 들은 초나라가 서둘러 군사를 물렸다.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5-21 10:26: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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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신세계 생산국의 간판 포도 품종

신세계 와인생산국의 대표 포도 품종은 식민지 시절 구세계 국가에서 이식돼 번창했다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닌다. 이미 최고 품질의 반열에 오른 미국에는 진판델이 있다. 종래 캘리포니아의 토착 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유전자 감식 결과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 품종으로 밝혀졌다. 풀바디한 레드 및 핑크와인을 만들며 오래 전부터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캐나다는 추운 날씨 탓에 아이스와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이를 제조하는 비달이 대표 품종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한항공 면세점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남미의 대표 산지 칠레는 16세기 스페인의 정복과 함께 고유품종인 빠이스로 양조를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는 카르메네르 품종이 대세다. 칠레 전역에서 발견되는 카르메네르는 조사 결과 19세기 후반 프랑스로부터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로 미디엄 바디이며 균형잡힌 골격과 풍부한 과일향으로 사랑받는다. 남미의 또 다른 와인 강국 아르헨티나가 내세우는 포도는 말벡이다. 원산지인 프랑스에서는 말벡이 괄시받으며 블렌딩을 위한 보조품종의 위치에 머무르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힌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가장 전도 유망한 와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호주 와인세계로 들어가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품종이 쉬라즈다. 프랑스 론 지방이 주산지인 시라가 호주로 건너와 시라즈로 개명됐다. 와인 색깔은 가장 보라색에 가까우며 강한 탄닌과 탄탄한 골격을 자랑한다. 후추 향(스파이시)이 물씬 풍기는 게 가장 큰 특징. 론 지방의 시라가 포도알이 작고 품종 고유의 특징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호주 쉬라즈는 날씨가 더운 탓인지 알코올 도수가 높고 더 묵직하다. 뉴질랜드는 화이트 와인을 빚는 소비뇽 블랑이 꼽힌다. 푸르름을 연상시키는 뉴질랜드 자연과 기막힌 궁합을 이룬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다른 화이트 품종이 농익은 과일 또는 열대 과일향인 것과 달리 강한 풀 냄새를 바탕에 깔고 초가을 풋과일 향을 풍긴다. 요즘 급부상하는 남아공의 경우 네덜란드가 케이프타운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한 후 포도나무 이식이 이루어졌다.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나라에는 독특하게도 자신들이 교배한 품종이 간판 주자다. 바로 생소와 피노 누아 품종을 교배시켜 얻은 피노타주. 1925년 탄생한 이 포도종은 남아공 와인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2014-05-20 10:59:08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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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응원문화 재점검 기회

야구장이 조용하다. 각 구단이 전국민적인 세월호 희생자 애도 분위기 속에서 응원을 자제하고 있다. 응원 단장의 응원과 치어리더들의 율동이 사라졌다. 귀를 찢을 듯한 스피커 소리와 응원 노래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참에 야구장 소음을 줄이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들이 힘을 받고 있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선정적인 치어리더들의 율동이 없으니 야구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는 이닝 교대시간에 치어리더와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집단 응원은 없다. 서포터스들의 자발적 응원만이 있을 뿐이다. 그저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야구만 즐기는 문화다. 야구장 소음은 인근 지역에도 피해를 준다. 특히 잠실구장은 야구장 소음 문제의 근원지로 꼽혀왔다. 홈 관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지방구장과 달리 양 팀의 응원전이 치열해 필연적으로 소음이 발생한다. 홈팀이 이용하는 스피커의 음량이 큰데다 원정 팀도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맞불을 놓는다. 한 베테랑 KBO 심판은 "그나마 공수 교대 시간의 소음은 봐줄 수 있다. 경기 중 투수들이 투구를 하는 사이에도 스피커 소리를 크게 틀고 응원하는 경우가 있다. 경고를 해도 그때 뿐이다. 이번에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소음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어리더 응원은 한국야구의 문화로 정착했다. 치어리더들의 응원을 즐기려고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많다. CF 모델로 발탁 받은 스타 치어리더도 등장했지만 동시에 그들의 옷차림과 율동은 항상 선정성에 시달려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치어리더 응원을 폐지하기는 어렵다. 그들의 노동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다만 선정적이지 않는 수준으로 바꿀 필요성은 있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5-19 15:30: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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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CD는 커머셜 디렉터다

디자인은 21세기를 대표하는 단어다. 패션·건축·전자와 같은 CMF(Color·Material·Finishing)를 다루는 것에서 인터넷·모바일·도시 등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UI(User Interface, 사용자 편의)까지 활용 영역은 전방위화 됐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시장에 뿌려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됐다. CD(Creative Director)는 AS(Art Supervisor)와 CS(Copy Supervisor)를 관장하는 책임자다. 직무 내용에서 나타나듯 광고대행사의 광고제작 최고책임자다. 디자인 시대가 되면서 패션, 자동차를 포함한 여러 산업에서 CD는 각광 받았다. 또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관련 인력이 급증했고 CCO(Chief Creative Officer)란 직무도 생겨났다. 디자인 관련 전공자들에게 CD는 목표이자, 궁극적 가치의 표상으로 우뚝 섰다. 한국에서 CD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대략 5년 남짓이다. 디자인 유학을 마친 젊은 피(DNA 자체가 이전 세대와는 달라 보이는 청년층)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었다. 이들은 산업 곳곳에 포진하면서 CD를 하나의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덕분에 그 동안 창의적 업무의 수장으로 대표됐던 '디자인실장'은 고리타분한 직무수행자로 전락됐다. 문제는 CD가 디자인 혹은 창의성 그 자체에 무게 중심이 잡힌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자리의 근원지는 제품부문이고 마케팅·판매촉진·미디어리서치·회계 등과의 조율을 진행해서 기업의 기술 운영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즉, 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최적화시키는 직무로서 디자인이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얘기다. 파리를 대표하는 패션기업 겐조는 오프닝 세레머니의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을 CD로 영입했다. 순식간에 잊혀가는 브랜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패션으로 되살아났다. CD는 이제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로 변신해야 할 때다. 디자인에 고정시켰던 핀을 과감하게 뽑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5-19 13:46: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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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서는

"인문학 공부가 정말 절실하더라구요.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 뭘 하겠어요."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탐욕스러운 정치인, 야비한 검사, 노동자들을 짓밟는 경영자 등은 모두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능력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집중되어 있다. 이런 전문가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고통이 확산되고 병이 깊어간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에서 인문학이 결코 빼놓으면 안 되는 교육항목으로 "노동의 역사"를 꼽고 있다. 인문학과 노동의 역사가 웬 관계냐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그 존엄을 지켜내는 성찰이라고 한다면, 노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온 존재의 가치를 깨우치는 것은 핵심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는 불온시 된다. 마사 누스바움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멸시하는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의 원제목은 『이익을 앞세우지 말라(Not for Profit)』이라는 걸 떠올리면,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파악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가운데 중심에는, 사람보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모신 사회의 비극이라는 점이다. 자본의 탐욕과 지배가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고 희생시키는 논리와 현실의 끝에는 죽음이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이번에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되는 이익이 모든 가치와 판단의 본질이 되어버리는 순간, 어떤 처참한 사태가 벌어지는지 이제 더는 달리 이론(異論)을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고통을 겪고 있는 이유 대부분은 인간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멸시와 노동의 착취, 무한경쟁으로 몰아가는 생산력 주의와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너무도 많은 희생을 치룬 뒤에 다시 절감하게 되는 진실이지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나지 않았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사회의 행복을 위한 첫 조건이다. 더는 누구도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그로써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인간으로 등장한 지 무려 250만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인간으로 진화하는 일이 멀고도 멀었나 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5-18 14:28: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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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SNS의 관계 맺음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살면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참 안 맞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을 받을 때면, 소속감도 못 느끼고 내가 유별난 게 아닐까 침울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가만히 앉아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인간 군상들을 만나면서 '나만 이상한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얻고는 한다. 지난 삼 년간 나는 트위터라는 SNS를 일상적으로 애용해왔다. 다양한 SNS 중에 트위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결성과 개방성, 그리고 자율성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140자 이내로 정치적 주장이나 외로움의 하소연이나 자기자랑 등 각자 하고 싶은 얘기를 제멋대로 한다. 구독하다가 내키면 반응을 보이고 그러다가 온라인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대화가 중간에 끊어져도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글에 반응이 없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기 목소리를 이어간다. 또한 누구의 글을 구독할지에 대한 부분도 다른 SNS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라 연결이 끊어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상처받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익명도 가능해 소위 '계급장'을 떼고 같은 눈높이로 토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 선호의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새로운 사람들, 그것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SNS를 통한 인간관계망을 구분하자면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원래부터 오프라인에서 친했던 사람들. 둘째, SNS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지만 나와 가치관과 관점, 취향이 엇비슷해 금세 말이 통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셋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편 가르기형 경쟁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게 하는, 건강한 자극을 주는 사람들. 나 역시도 익숙한 관계에 안주하며 낯설거나 이질적인 사람들에 대해 소통의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호기심을 갖고 부딪쳐보고 그 타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경험을 참고하는 것이 사실상 SNS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5-18 13:35: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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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이제는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는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4.16 비극'이 일어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지난 4월의 절반을 그야말로 잔인하게 보냈다. 또한 가장 훈훈해야할 5월 가정의 달도 온 국민이 비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참사를 수없이 겪었지만 지금처럼 우리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미스터리에 쌓여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사고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련의 과정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내용을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자명해진다. 우선 사고 책임자에 대한 추상같은 엄벌이 이뤄져야 마땅하고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전장치는 물론 사회안전망을 빈틈없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사정책에서 오는 난맥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할 것이다. 여기에다 우리 국민사이에 안주해 있는 '설마'나 '괜찮아'하는 안일한 안전의식 개조운동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먼저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갈 개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유가족을 중심으로 사후수습에 새로운 선례를 남길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깊은 쇼크에서 깨어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망연자실 상태가 지속된다면 예기치 못할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 경제가 걱정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이후 각종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면서 소비가 얼어붙었다. 실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올 성장률을 0.1~0.2%포인트를 하향조정해야 할 판이다. 이는 모처럼 불씨를 지폈던 경기회복에 찬물이 되고 특히 서민들이 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자세가 희생자나 유가족에 대한 예의이다. 미국이 끔직한 9.11테러 직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같은 선례를 기억해야한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한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세월호 수습에 역량을 결집해야할 것이다. 특히 좌편향 불순세력들의 선동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감성보다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성숙사회의 길목에 들어설 수 있다. /언론인

2014-05-18 10:25: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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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민생경제 대책 소홀함 없어야

민생경제 대책 소홀함 없어야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실종자중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가눌길이 없다. 안전불감증, 무능과 무책임, 독버섯 처럼 번진 부정부패. 인간성 상실, 악성 유언비어 난무.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번 처럼 전국적 애도와 분노가 표출되면서 집단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린 적도 없었다. 쉽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참사 이후 각종 행사와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여행ㆍ운송ㆍ숙박 등 내수경제가 얼어 붙고 있다. 최근 발표된 몇몇 보고서는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건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레저ㆍ요식ㆍ운송업의 신용카드 승인액이 보름새 감소되거나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다고 발표했다. 에프앤가이드 보고서도 주요 내수기업 86곳 중 45곳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애꿏은 서민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요즘 택시기사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죽을맛이라고 하소연한다. 여행객 발길이 뚝 끊어진 지역경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 경제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이후 경제적 고통이 생계형 자영업자와 서민층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여행과 운송, 숙박 업종에 대한 재정 및 금융 지원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각 경제 주체들도 슬픔을 딛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또한 선제적 대응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애도의 마음은 간직하되 일상으로 돌아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더 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여론이 점차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물론 남은 실종자들이 한시라도 빨리 가족의 품에 올 수 있도록 구조와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2014-05-18 10:23:26 김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