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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평론비 13000원, 그로부터 2년

작업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 기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공간을 거점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등의 '예술가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레지던스. 이와 같은 목적을 원만하게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의 일환으로 국내 레지던스들의 다수는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이란 걸 운영한다. 평론가, 기획자와 같은 매개자들을 초대해 대화하고 작품을 연구한 결과를 비평으로 도출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 작업의 현주소와 미학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동시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과거와 분별 가능한 시각예술의 생산성을 담당해온 레지던스에 있어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은 의미 있고, 평론가들의 역할 역시 크지만 대우는 형편없기 일쑤다. 레지던스 운영 기관 중 일부는 초현실주의적 예산을 집행하며 평론가들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지난 2019년 4월,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공무원이 책정하는 이 지면의 원고료는?'라는 제목의 한 칼럼에서 공무원들이 책정하는 비현실적인 원고료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두 작가의 평론을 10포인트 크기로 A4 6장 넘게 써서 보냈는데 원고료가 13만원이 지급된 황당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말이 13만원이지, 공무원들이 받드는 지방자치 인재개발원의 수당 규격별 지급액 기준인 13포인트, 줄 간격 160%로 변환할 경우 A4 1장당 13000원 꼴이다. 또 하나의 작품이자 예술의 가치판단에 없어서는 안 될 비평의 대가로 누군가에겐 한 끼 점심값 정도일 뿐인 고료를 지급한 셈이다. 때문에 당시 SNS에선 보이콧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흐른 현재. 달라진 건 있을까. 안타깝게도 합당한 대가체계가 구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경상도에 위치한 한 공립 창작 레지던스는 올해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평론가에게 지급할 평론비로 20여만원을 책정했다. 순수 평론비라 해도 터무니없이 적은데, 이 20여만원에는 최소 한 번 이상 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주유비, 톨게이트비는 물론, 한 달 가까이 연구하며 써야 할 지적 노동에 대한 몫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세금을 떼면 재능기부와 진배없어진다. 소속 레지던스 작가들이 보기에도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의를 제기하자 기관은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평론가'에게 부탁하던가 아니면 자신들이 '돈에 맞는 평론가'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단다. 그럼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평론가'들에겐 20만원에 비평을 부탁해도 된다는 것일까. '돈에 맞는 평론가'라는 표현이 작가와 평론가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현실 무감각한 일부 공무원들의 병적 행동양식이야 하루 이틀 된 게 아니지만, '돈에 맞는 평론가' 운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건 사고의 기능적 결여마저 의심케 한다. 창작자들에 대한 존중의식은 고사하고 평론의 역할과 가치 따윈 고려의 대상조차 아님을 말해준다.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 개선엔 관심 없이 행정만 숭배하는 관료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미술계를 배회한다. 여전히 그들 특유의 법규만능과 획일주의, 선례답습, 책임회피, 순간만 모면하려는 태도의 관행 등이 하나의 '틀'로써 현실과 괴리된 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2021-04-06 11:01:0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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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돈 많은 사람을 대하는 법?

잣나무골에 봄이 왔다. 산수유와 목련꽃이 만발하고 벗나무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어서 몸짱이 돌아왔다. 몸짱은 이곳에서 몇해 살다 15~16년전 아파트로 돌아간 사람이다. 잠시 내 이웃이었던 그는 잣나무골을 정리하면서 밭뙈기 하나를 남겨놓고 떠났었다. 그래서 봄철엔 농사 지으러 들르곤 한다. '상추, 호박, 오이….' 밭일하고 있는 그를 보자니 불현듯 씁쓰레졌다. 이웃 중에 돈자랑하느라 입에 거품 물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몸짱'이다. 오후 해질 무렵, 땀 흘리며 잣나무골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일상의 한 풍경일 정도. 유독 젊어 보여 열살 차이인 나를 무색케 했다. 근육질 몸을 지닌 그에게 이웃들이 붙여준 별명이 '몸짱'이다. 그런 몸짱은 항상 돈 많은 걸 은근히 드러내기 일쑤였다. 몸짱의 아내도 돈 앞에서는 겸손한 적이 없었다. 매사 돈과 연관된 얘기 아니고는 할 말이 없다면 좀 과장일까. 사실 잣나무골에서 누구든 돈 자랑할 만한 처지는 못 된다. 이웃 중에는 차관급 행정관료, 시중은행 부행장보를 지낸 금융인,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 직능단체 이사장, 변호사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돈 자랑은 스스로 천민이라고 광고하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몸짱의 돈 자랑은 취미생활 처럼 보였다. '유독 나한테만 왜 그러냐고? 다른 이에게도 하라고.', '돈 자랑하면 존경이라도 표시할 줄 아는가?' 처음엔 이웃에 대한 예의로 애써 우호적인 표정을 몇 번 지어줬다. '인생 참! 별 걸 다 협찬하며 사는구나. 옛다! 적선하는 걸로 치자. 참 내 원'. 슬슬 짜증 났다. 한편으로는 '내가 없어 보이는가'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슬슬 다가와 처음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돈 얘기로 끝을 냈다. 그가 돈 얘기할 기회를 포착할 틈을 주지 말자고 늘상 다짐을 하지만 재간이 있나. 몸짱이 돈 번 내력은 신도시에 있다. 그는 조그만 섀시공장을 운영했다. 그런데 분당 등 5개 신도시건설이 시작되면서 수 십 배가 넘는 물량이 터져 대박을 쳤다. "돈가마니가 매일 싸이는 기분이었지. 분당아파트 발코니 섀시는 내가 다 만든거야. 건설회사 직원들도 내 술 안 먹어본 사람 없지." 절반은 허풍이려니 간혹 못 들은 척도 하고, 일부러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취미생활이란 게 주변에서 말린다고 그만 둘 일인가. 하여간 나에게만 오지랖과 참견, 간섭, 과도한 접촉, 돈 자랑까지. 몸짱이 곤혹스러웠던 어느날. 저녁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 마침 TV를 보던 몸짱이 반색했다. 몸짱의 아내가 차와 과일, 술을 내왔다. 일상사와 세상 얘기가 오갔다. 그러다가 막 일어나야할 시간이라고 생각될 무렵 나는 한껏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돈 좀 빌려주실래요 ? 다급해서요. 석달 후에 갚을게요." 순간 넋 나간 표정이라니. 몸짱은 그대로 얼어 붙었다. 천천히 표정을 살피며 말꼬리를 흐렸다. "어려우시면 일부만이라도…" 몸짱의 아내도 넋이 빠졌다. 그리곤 대답을 내놓기도 전에 서둘러 일어났다. 여기까지가 내교활한 작전이란 걸 그는 눈치채지 못했을 터. 그 뒤로 몸짱은 내게 다가오는 일이 없었다. 그날 이후 그는 다가오지 않았다. 대화도, 왕래도 끊겼다. '돈을 빌려 달라니 더 이상 상종하지 말아야지' 했을 게 틀림 없다.'돈을 많이 벌려면 돈 많은 사람과 사귀라'는 말이 있다. 그 말대로라면 나는 늘상 돈과는 자꾸 멀어지는 듯 했다. 도대체 부유하다는 건 무엇인가. 돈의 유무? 그렇게 멀찍이서 다시 몸짱을 지켜보는 봄날의 심정이란….

2021-04-06 09:08:15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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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까면 깔수록 나오는 한 장애인단체의 백태

까면 깔수록 나오는 양파와 같다. 뽀얗고 부끄러운 속살이 겹겹이 쌓인 양파처럼 치부는 점점 드러났다. 아니 지금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본지가 [광진구청-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상한 거래' 있었다](3월16일)와 [장애인은 한 협회장의 돈줄?…서울 광진구, 장애인단체 비리 '복마전'](3월29일) 기사를 통해 두 차례 단독보도하며 알려진 한 장애인단체의 기가막힌 이야기다. 광진구를 활동무대로 한 이 단체 회장이 대표를 하며 '돈줄' 역할을 한 사단법인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서울시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지정기부금단체(공익법인)는 국세청이 각각 인가해줬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 혈세가 광진구청을 통해 지역의 사업자를 거쳐 단체 회장에게 현금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평소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사업자들은 회장의 부탁을 받고 매달 돈 심부름을 했다. 구청과 '가짜 계약'을 맺고 계약서에 따라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심지어 일부는 현금으로 바꿔 회장 개인에게 줬다. 2년 가까이 세금이 구청→사업자→장애인단체 회장에게 전달되면서 어떻게 쓰였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액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광진구청은 한 제보자가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 이 단체의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올린 글에 대한 답변에서 "(사)광진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관련하여, 3월26일 광진경찰서에 수사의뢰 요청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고 밝혔다. 돈을 쏴준 것은 분명 구청이다. 게다가 구청은 사업자들과 계약 이후 물품이나 용역 등 계약 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점검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줄 돈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청이 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면 자신들도 해당 단체 회장에게 속아서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고 발뺌을 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연 그런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일이다. 이 단체는 세금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단체에 공짜로 들어온 땡처리 물건 1000만원 어치를 회장이 한 음식점과 짜고 기부물품으로 둔갑시켜 단체는 기부영수증을 음식점에 발급해주고, 음식점은 이를 통해 종합소득세를 감면받았다. 이는 해당 음식점 사장이 실토한 내용이기도 하다. 장애인 단체는 또 한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은 6000만원이 훌쩍 넘는 차량을 1년도 안돼 매각했다. 물론 기부영수증도 발급했다. 장애인들을 위해 쓰라고 기부한 차를 회장이 평소엔 자가용처럼 타고다니다가 되판 돈을 단체의 공금으로 썼는지, 아니면 회장 개인이 착복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기부금영수증 남발과 이를 통한 세금 탈루, 기부 물품 처분 과정에서 공금 유용 여부는 주무관청인 국세청과 관할인 성동세무서가 꼼꼼히 들여다봐야할 대목이다. 게다가 이 단체와 회장은 약자인 장애인들을 일자리 사업에 동원하면서 밥값 명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떼가는 비인간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장애인들에게 일당을 준답시고 각종 이권 사업에 동원한 대가로 회장 자신과 단체가 얼마를 챙겼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양파 껍질은 아직 다 벗겨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광진구 #광진구장애인단체 #광진구청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 #광진경찰서 #국세청 #성동세무서

2021-04-04 10:36:2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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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변호사의 친절한 회사법]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 한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범위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권리능력 범위 내에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표권은 법률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도 있고 회사의 정관, 이 사회의 결의 등의 내부적 절차, 내부 규정 등에 따라 제한될 수도 있다. 상법은 이러한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때 제3자는 '선의'이기만 하면 제3자의 과실 여부와 관련 없이 보호대상이 되는지 문제가 된다. 대표권이 제한된 경우에 대표이사는 그 범위에서만 대표권을 갖는다. 그러나 그 제한을 위반한 행위라 하더라도 회사의 권리능력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대표권의 제한을 알지 못하는 제3자는 그 행위를 회사의 대표행위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고 이러한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제한한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절차에 불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를 마쳤을 것으로 신뢰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회사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등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권을 제한한 경우에도 선의의 제3자는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된다. 판례는 거래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받기 위해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아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본다. 중과실이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알 수 있었는데도 만연히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해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제3자가 대표이사와 거래행위를 하면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과거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선의 이외에 무과실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상법 제393조 제1항은 그 규정의 존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이 조항에 따른 제한은 내부적 제한과 달리 볼 수도 있으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 조항에 정한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의 행위'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도 거래행위의 효력에 관해서는 내부적 제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선의, 무중과실인 경우 보호된다고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일정한 거래행위를 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는 선의, 무중과실이라면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김다연 #변호사 #회사법 #대표이사 #이사회 #거래행위 #회사 #정관 #대표권 #상법 #제209조 #제2항 #판례 #대법원

2021-04-04 07:49:1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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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기운을 끌어올리는 봄나물 '냉이'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기운을 끌어올리는 봄나물 '냉이' 대표적인 봄나물 중 하나인 냉이는 쌉싸름한 맛에 향이 좋아서 봄철 기운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끌어올려주는 좋은 본초이기도 하다. 오장의 기능을 두루 좋게 하는 냉이는 예로부터 '제채'라는 약재명으로 불린다. 겨울철 잔뜩 움츠러져 있다가 봄이 되면 계절의 변화를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피로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잠을 자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이유 없이 나른하고 피곤하며 기운이 없어서 일이나 학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럴 때 우리 몸을 깨워 주는 좋은 음식이 바로 냉이다. 가장 흔하게 먹는 냉이된장국을 비롯해서 무침, 전, 찌개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으니 봄철 냉이를 자주 섭취해서 피로를 해소하고 기운을 끌어올려주는 것이 좋다. 냉이는 비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며 눈을 밝게 하는 본초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을 많이 사용해서 늘 피로에 시달리며 자주 충혈이 되고 뻑뻑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출혈을 멎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예로부터 각혈, 자궁의 출혈 등에도 사용되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이기도 하지만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염증을 완화하고 독소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C 등의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혈압을 안정시킨다. 즉 냉이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장 및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냉이는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만들며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또한 간에 좋은 냉이는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들의 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술 마신 후에 속이 쓰리고 메스꺼우며 열이 올라 두통이 있는 등 숙취가 심할 때는 냉이로 맑은 국을 끓여서 먹으면 컨디션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2021-04-04 07:48: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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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세상은 어차피 불공정하다지만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세상은 어차피 불공정하다지만 ① 사람 사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사이비 종교 광신자가 아니라면 지구촌 어디에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이란 너나없이 다 똑 같은 능력을 가지지 않은데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기 때문이다. 유력인사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고 있다고 외치는 소리를 아침저녁으로 듣다보니 무엇이 공정이고 정의인지 헷갈리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편 가르기’에 열중하는 광경을 보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장면이 종종 연출되었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기대감도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무엇인가 거꾸로 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그들만의 배타적 리그’에 끼어든 내부자들에게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며 느긋해 할지 모른다. 우물 안과 같이 좁아 보이는 ‘인재 풀’에서 회전문 인사로 돌아가며 그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어찌 불공정과 불의를 꺼낼 겨를이 있겠는가? 서로 추천서를 써주고 가짜 인증서를 만들어 자식들 입시에 활용하는데 어떻게 감히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두 다 강남 살 필요 없다는 충고는 가재, 붕어, 개구리들에게 “어이하여 너희들은 강남에 그 흔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느냐?”며 꾸짖는 역설로 들린다. 도시개발정보를 선점하고 땅을 사들이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데, 월세내기에 가랑이 찢어지는 서민들의 입장을 어찌 가늠 하겠는가? 도로건설계획을 변경하면 떼돈 벌기가 삼복더위에 냉수 마시기보다 쉬운 일이다. 그러니, 남의 사정 아랑곳하지 않는 용들이 “이 정의롭고 풍요로운 시대에 ‘가붕개’ 너희들은 불평불만이 어찌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며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아마추어들이 고위직이 되어 민생과 직결된 세상사를 실험대상으로 여기고 마음 내키는 대로 주무른다면 그 후유증은 얼마나 커질까? 그들끼리는 결과에 대하여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다 끝날지 모르지만, 그 실험의 쓰라린 대가는 죄 없는 민초들이 치러야만 한다. 정보를 독점한 자에게 멋모르고 땅을 헐값에 팔아넘긴 원주민들은 쓰라린 심정을 어떻게 달래겠는가? 눈뜨고 도둑맞은 땅을 치며 바보가 된 자신을 원망해야 한다. 누군가가 거짓 서류로 입시관문을 통과한다면 그 대신에 떨어진 수험생의 가슴 아픈 사연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겠는가? 입시사정관들이나 가짜증명서 관련자들은 제 자식이 그런 처참한 비극을 당할 것이라고 상상해 본 일이 있었을까?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가짜 추천서 발급은 관행이다”라는 용들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는 보통사람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정의기억연대’와 이용수 할머님의 갈등을 보면서 정의라는 말장난에 멀미가 날 지경이 되었다. 그 할머님들처럼 아픈 비극을 겪은 분들이 이 세상 어디에 또 계시다는 말인가? 공정과 정의는 선언이나 슬로건이 아니라 역지사지 자세로 남의 입장의 서서 가슴속으로 배려할 때 비로소 잉태되기 시작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4-03 06:43:1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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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6>5대 샤또에 대한 환상과 진실

<96>프랑스 5대 샤또 와인 안상미 기자 "막 들이대며 쳐들어 오는 신세계 와인의 과일향이 없어. 절제하고 강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진지한 와인이야." 와인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와인을 시작했다면 죽기 전엔 꼭 마셔보겠다는 '버킷 리스트'의 와인. 바로 프랑스의 5대 샤또 와인이다. 때는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세계 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 회의소는 메독 지역의 최고 레드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와인 목록을 요청받고 등급 분류에 나선다. 이 가운데 1등급을 받은 샤또 마고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이 5대 샤또다. 유튜버 와인킹(왼쪽)과 스승 피터 코프가 5대 샤또의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와인킹 유투브 화면 캡쳐. 요즘 와인 유튜브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인킹'이 5대 샤또의 와인을 시음하는 영상을 올리며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이 술렁였다. 와인킹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거주하며 와인 관련 유럽석사학위를 가진 와인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백명 되지 않는다는 최고의 와인전문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들과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고가의 와인도 마시지만 저가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내놓으며 종종 스승인 마스터들을 골탕먹이기도 하는 것이 재미 요소다. 이번 5대 샤또 시음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다. 피터 코프는 마스터 오브 와인답게 "조화미가 있고, 복합적이고 섬세해 구대륙 와인의 정수"라며 바로 보르도 최고의 와인임을 알아챘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4년 빈티지였다. 2014년은 보르도 날씨가 좀 서늘했다. 과일향이 섬세하다 보니 와인을 만들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피터는 오히려 이 점을 좋게 봤다. 그는 "라피트 로칠드는 빈티지가 좋으면 힘이 지나치지만 빈티지가 좀 안 좋으면 다른 와인들보다 좋다"고 평했다. 그가 베스트로 꼽은 와인은 샤또 오브리옹이었다. 샤또 라투르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마고는 2012년 빈티지였다. (왼쪽부터)샤또 라피트 로칠드 1964년, 샤또 무똥 로칠드 1978, 샤또 라투르 1983년, 샤또 마고 2015년, 샤또 오브리옹 2015년. /안상미 기자 5대 샤또가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에게 꿈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명성만큼이나 비싼 가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각각 100만원을 웃도니 5병이면 최소 500만원이다. 등급 분류가 1855년이었으니 160년이 넘게 지났다. 게다가 이 등급은 부르고뉴와 달리 포도밭이 아니라 개별 샤또에 주어진 것이다. 특정 포도밭에 매겨졌다면 품질이 어느정도 보장되겠지만 소위 브랜드 같은 샤또에 매겨졌으니 해당 샤또가 마음먹기에 따라 포도밭을 넓혀 생산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도 있단 얘기다. 현재의 와인 품질을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와인 시장에서의 이 등급 분류는 여전히 건재한 셈이다. 그래서 마셔봤냐고? 마셔봤다. 연말 성과급처럼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8명이 돈을 모아 만든 자리다 보니 딱 한잔씩이었지만 말이다. 샤또 마고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5년 빈티지. 평론가들이 보르도 최고라고 평한 빈티지다. 샤또 라뚜르는 1983년, 샤또 라피트는 1964년, 샤또 무똥은 1978년이었다. 감상평은 파티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파티장을 빠져 나온 느낌이랄까. 2015년은 그레이트 빈티지다 보니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다음 5대 샤또는 와인킹처럼 병째 마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5대샤또 #와인킹 #샤또라피트로칠드 #샤또무똥로칠드 #샤또라투드 #샤또마고 #샤또오브리옹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4-01 15:06: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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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읍참마속과 제갈공명

이정희 대기자. 희대의 전략가로 불리는 제갈공명이지만 그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당대의 라이벌 위나라와 맞붙는 일생일대의 격전을 앞두고 제갈공명은 아끼는 장수인 '마속'을 선봉에 내세웠다. 그러나 마속은 위나라와의 가정(街亭) 전투에서 제갈공명의 지시와는 반대로 군을 이끌고 산으로 올라가 진을 쳤다가 위나라 장수 장합에 의해 수많은 병사들을 잃고 만다. 패장 마속은 목숨만 간신히 부지해서 돌아왔다. 제갈공명은 군율을 어긴 마속을 처형했고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의 탄생 이야기다. 그러나 세상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제갈공명은 아끼는 수하의 잘못을 냉정하게 벌하였으나 결코 마속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았다. "과오는 신(臣)이 아랫사람에게 임무를 잘못 맡긴데 있습니다. 신은 사람을 알아보는 명철함이 없었으며, 일을 맡김에 어두움이 많았습니다. 청컨대 저 스스로 직위를 강등시켜 책임을 다하게 해주십시오." 이 상소는 물론 왕에게 올린 것이지만 더불어 백성과 병사들에게도 고한 것이다. '읍참마속'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제갈공명은 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마속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천거하고 임무를 준 자신의 책임을 통렬히 물었다. 그의 이름이 역사에 빛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 실장이 전·월세 인상률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에 자기 소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상한선의 3배(14%·1억2000만원)나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에 이뤄진 조치다. 김 실장은 진보 경제학자로 불리며 참여연대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문 정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공정 경제'에 기여했다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됐다. 그런데 그 역시 '내로남불'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유·시·민(유명대학·시민단체·민주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명문대학 출신이나 대학 교수들, 시민단체 출신들이 당·정·청 모두에 대거 진출했고,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네트워크도 가동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예 참여연대 출신이 도맡았다. 초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이어 등용된 김수현 모두 참여연대의 간판급 인사였다. 장하성·김상조는 재벌 개혁을 외쳤고, 김수현은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틀을 짰다. 그나마 성공적이었다면 모르겠다. 현 정부 5년 차를 앞둔 지금 이들이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부터 최저임금, 부동산, 북핵, 외교 등 손대는 일마다 파열음을 내거나 내고 있다. 그 대가가 30%대로 추락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그 패착의 핵심을 꼽자면 단연 인사 실패다.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폐로 몰아 인재를 고루 등용하지 않았다. 나라의 미래보다 출세에 급급한 '폴리페서'와 시민운동가 출신들이 설익은 정책으로 현장을 혼돈으로 몰아가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 나라가 정상이 될려면 어설픈 폴리페서나 시민운동가의 권력 참여 실험은 늦기는 했지만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위·촉의 세력 확장에 시달렸던 오나라 손권이 나라를 지킨 비결은 뭔가. 뛰어난 용인술이다. 전쟁마다 양상이 다른 만큼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장수를 내세웠다. 인재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인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구중궁궐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이 지금이나마 그 이치를 깨닫기를 기대한다. /파이낸스&마켓부 대기자 ljnh@metroseoul.co.kr

2021-04-01 10:14:58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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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부동산대책, 임기응변으론 안통한다

우리나라 인구수는 약 5182만명이다. 이 가운데 962만명이 서울에 거주한다. 경기지역에는 1347만명이 살고 있다. 합치면 2309만명(44.5%) 가량이 서울과 경기에 산다. 면적으로 보면 서울은 대한민국의 0.61%, 경기도는 10.2%를 차지한다. 이 좁은 땅에 국민 절반 가까이가 몰려 살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다. 서울은 2015년 이후 인구가 줄어 그나마 1000만명 미만으로 내려왔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증가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주거비가 비싼 서울에서 밀려 경기도로 옮겨간 경우도 있고, 지방에서 서울로 오지 못해 경기도에 정착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지방에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부작용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방 대학들은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폐교 위기에 처했고, 애먼 대학 총장들에게 책임을 씌우고 있다. 신입생 모집이 총장의 능력 밖이라는 것은 지방 백화점도 고객이 줄어서 문을 닫고 있을 정도라는 게 방증이다. 지방 인구 자체가 감소추세인데 대학 총장이 무슨 수로 신입생을 모아올 수 있겠나. 인구가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다보니 부동산 문제도 온 나라를 흔들 정도로 큰 이슈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의 약 57%가 무주택자다.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지금과 같이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서울의 땅과 주택은 제한돼 있다. 이 부동산을 전국 각지의 부자들이 와서 구매하고, 전세계 자금들이 마치 쇼핑하듯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투기를 색출해낸들 서민들 마음만 더 아플 뿐이고, 아무리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놓고, 심지어 최근 LH 사태로 과거 부동산투기까지 뒤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대증요법 수준밖에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들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정치, 경제, 교육 등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는 걸 해소하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도 해법이 없다. 국토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교육부를 비롯한 행정부와 입법부 등 정치권 전체가 종합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국회 이전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서울 집중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었을까. 서울 선호사상은 뿌리가 깊다. 구한말 고종의 신임을 받아 두 차례나 해외밀사로도 파견됐던 헐버트 박사의 '대한제국멸망사'에 보면 갑오개혁 이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해마다 급상승해 1896년부터 1906년까지 10년간 10배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당시 조선에 진출한 서양인들이 몰락한 양반들의 한옥을 사들인 것도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채질한 요인 중에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화상회의시스템 등 IT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교실에 가지 않아도 웬만큼의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이걸 활용해 도시집중을 분산화시켜야 한다. '탈서울 정책'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탈서울, 탈집중을 하지 않으면 부동산, 교육, 취업 등의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2021-03-31 15:21:4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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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창고지기의 경제학

서편 하늘이 물들고, 노을은 흑염소떼를 몰고 앞산을 덮쳐온다. 서북향의 잣나무골은 아직 햇살과 노을의 여운에 휩싸여 있다. 노을은 잣나무골 '제일경(第一璟)'이다. 이웃들은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을은 바로 잣나무골에서 볼 수 있다"고 가끔씩 허풍을 떨기도 하지만 전혀 거짓은 아니다. 잣나무골의 노을은 일품이기는 하다. 숲 이름은 잣나무에게, 제일경은 노을에게 부여한 이웃들의 결정에 나도 찬성한다. 합당한 배분이다. 뒤돌아보면 내게 지나온 시간속에는 수많은 노을이 겹쳐져 있다. 잠시 아련한 생각에 빠졌을 즈음 이제 앞산이 잣나무골로 더욱 흑염소떼를 몰아 왔다. 주위가 붉게 물들고서는 난 숲을 내려왔다. 문득 마을에 하나 있는 물류창고의 현수 형님이 보고 싶어졌다. 재작년 속초와 통영으로 두차례 함께 여행한 후 오랜만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을의 왕래도 끊기고 기자는 재택근무로 일년 이상을 보낸 터. 몹시 사람이 고팠다. 막 퇴근하려던 형님도 나를 반겼다. 올해 일흔 한 살. 나와는 띠동갑이다. 25년전 잣나무골로 이사와서 처음 만난 분이다. 당시 형님은 마을에서 가장 젊은 토박이였고 나는 그보다 더 젊은 뜨내기였다. 그와는 그저 여느 이웃들 처럼 술, 밥을 나누고 여행이나 천렵을 하기도 하며 정을 쌓았다. 토박이와 뜨내기의 정분이라니, 유별날 수밖에. "요즘 경기가 좋아지는건가? 조짐이 심상치 않어." "그게, 조짐씩이나." 만나자마자 첫 일설이다. "이달 들어서는 11톤짜리 이상은 돼야 물건이 들어와. 안 줘. 작년에는 5톤만 돼도 감지덕지했는데." 물류창고는 식류품용기인 유리병을 취급한다. 작년 초 코로나로 힘들었을 때 그의 회사는 온라인 방식을 도입, 위기에 대응해 왔다. 그러던 올초부터 해외 수출물량이 터지고 유리병 판매가 갑작스레 늘어나고 있어 협력업체들마저 풀가동중인 상태다. 여기서 현수형님이 내놓은 경제학개론은 너무도 흥미로왔다. 그의 '유리병지수'는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지만 참신하달까. 저녁무렵 노을 덮친 마을 물류창고에서 듣도보도 못한 그의 경제학개론에 빠졌다. 그가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은 유리병이다. 일종의 선행지수로 여기는듯 했다. 그날 유리병을 통해 세상 흐름과 경기를 예측하는 이를 처음 보고는 학계에 보고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곧 경기가 풀릴 거라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자영업자까지? 정말?'. "이게 말이지. 경기 좋을 때 유리병이 잘 팔려. 그만큼 소비가 늘어난다는거지. 음식을 쟁여놓을라고 그러는지. 확실해. 언뜻 보면 불황조짐 처럼 보이는데 나는 거꾸로 읽어." "올초부터 수출물량이 20∼30%나 늘어나고 있으니 좀 나아지는 거지." 오히려 내 맞장구가 시답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그의 회사도 우리 회사도 코로나 시국에 디지털 전환 등 혁신적인 방안을 적용하는 중이다. 재택근무하고, 온라인 방식을 적용, 그도 나도 은퇴 직전의 삶이 대전환을 맞고 있다. 그리곤 자연스레 은퇴 이후로 얘기가 옮겨갔다. "벌써 정년 넘긴지 10년, 이제 원 없네." 그의 말이 가슴놀이를 쳤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그러던 어느 해 마을에 물류창고가 생기고 그는 그곳에 취업했다. 주말과 여가시간에는 농사 짓고, 평상시는 물류창고지기로 지금껏 이모작해온 터다. 그동안 창고도 규모가 몇배 커졌다. 그리고 정년 이후 10년째 매년 계약을 갱신해가고 있다. '환갑 지나 10년이나 일을 한다니.' 주위의 부러움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지경이다. 그의 성실함과 인품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생도 주식처럼 장기투자가 맞다는 걸 증명해주는 듯. 결국 나는 오늘 하루 그의 경제학을 잠시 엿본 것으로 풍족한 날이었다. "좀 더 일해도 좋고, 떠난다해도 회사가 더 발전된 상황이었으면 좋겠어. 자네도 즐겁게 더 일하고."

2021-03-30 13:02:46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