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회
국어사전에 따르면 정보란 관찰이나 측정을 통하여 수집한 자료를 실제의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한 지식 또는 그 자료다. 요즘 우리에게 정보란 인터넷 검색 결과다. 궁금증이 생겨도, 몸이 아파도, 상품구매 할 때도 검색은 통(通)의 진리다. 심지어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생겨도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등의 글에 의존한다. 특히 변호사, 세무사 등 소위 전문가의 홈페이지가 웹페이지의 글에는 속된 말로 환장한다. 마치 자신이 전문가가 된 듯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그림, 영상 등은 대부분 어떠한 용도를 갖고 있다. 그것을 업로드 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혹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다. 많은 경우가 심심풀이고, 허세고, 보여주고 싶은 치기의 산물이다. 웹의 특성 상 가질 수 있는 전달속도와 힘을 고려해서 불편한 진실이나 상처, 바른 지식을 세상과 공유하는 의로운 자의 산물인 경우는 드물다. 반면 어떤 일을 침소봉대하거나 왜곡시켜 과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협박용으로도 웹은 그만이다. 이젠 ‘홈페이지 올리겠다’는 말은 협박용으로 순위에도 못 낀다. ‘정보의 홍수’란 말은 ‘정보’의 입장에서는 거짓이고, ‘홍수’의 입장에서는 사실이다. 흔히 인터넷에는 양질의 컨텐츠, 훌륭한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관찰이나 측정이 가공되고 멋대로 해석된 자료가 정보가 아니라는 얘기고,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 역시 ‘실제의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정보의 편린이 산재돼 있고, 검색자의 다양한 시각과 입맛에 따라 이합집산돼 일시적 형태로 유지될 뿐이다. 요는 사람들의 우격다짐이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 관찰하고 측정해서 정리한 정보가 아니다 보니 누군가와 말을 섞다 보면 불안해지고 짜증을 느끼게 된다. 논리적 결함까지 가기도 전에 말의 곤궁에 빠진다. 이런 면이 삶의 특정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전면에 드러나면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스스로 문제의 핵심을 찾아 내고, 해결 안을 찾는 것은 그 과정에서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판단과 신념을 얻는 과정이다. 툭하면 경찰 부르고, 보험사 부르고, 지배인 부르고, 부모에게 전화하는 사회. 여기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의 부재가 있다. 정보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소외시키는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