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쇼핑에 실패하는 법
여자는 피팅룽에서 나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의견을 물었다. 좀 짧은 거 아니냐는 말에 스커트를 벗고 청바지로 갈아 입었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너무 조여 불편하지 않냐는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면 티셔츠를 집어 들고 거울 앞에 섰다. 분홍색이 좋을까, 하늘색이 좋을까 재보다가 배꼽이 보이겠다는 한 마디에 구매를 포기했다. 남자 친구가 착용해 보라고 권유하는 옷은 피팅룸에 가지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아들은 매장 안 의자에 앉았다. 엄마를 따라 다니며 쇼핑 도우미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엄마는 들리는 매장마다 네다섯 개의 옷을 입어 보며 어떠냐고 물었다. 예뻐 보이냐고 물었고, 뚱뚱해 보이지 않냐고 물었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는 않는지 확인했고, 아빠가 좋아할지도 궁금해했다. 소매가 없는 원피스를 입고 나와 탑이 좋은지, 카디건이 나은지, 재킷을 덧입을지 연달아 묻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기 힘들었다. 아가씨 셋이 매장을 휘저었다. 한 사람이 옷을 고르면 두 사람이 입어 보라고 권했다. 입고 나오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예쁘다, 그냥 그렇다. 앳돼 보인다, 애들 같다. 섹시하다, 야하다. 새롭다, 네 스타일은 아니다. 딱 네 옷이다, 너무 비싼 거 같은데. 셋의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구매가 결정되는 수준은 이거 어때, 괜찮아 보이는데,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정도의 합의(?)가 이뤄질 때다. 엄마는 딸이 발랄한 아이였으면 했다. 옷도 화려한 디자인과 색상의 아이템을 착용하기 바랐다. 딸은 자신의 외모가 남들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게 부담스러웠다. 유행이 담긴 옷보다 언제나 무난함을 주는 것이 좋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물론이고 취직을 해서 새 옷을 사러 나온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고전적 커리어우먼의 의상보다 신세대답고 개성이 표출되는 패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삼일의 연휴 동안 시장조사를 다녀보디 쇼핑에 실패하는 법을 몸에 익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쇼핑이야 말로 도전이고, 모험이다. 이것은 반복할수록 멋이 되고, 개성이 되며, 자신 만의 스타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