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의 모놀로그] 이메일 이모저모
[모놀로그] 이메일 이모저모 일전에 어떤 소설가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없어서 가급적 일로 접근을 해오는 사람에게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 대신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의뢰한다고 한다. 적어도 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그에 대해 꽤 정확하게 느낌이 온다며. 나는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 이메일은 단순히 쓰는 이의 어휘력, 논리력, 작문실력을 보는 게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는 이 사람이 선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 머리가 나쁜가 좋은가 부터, 쓰는 이의 성격과 업무방식은 물론이고 조금 과장해서는 삶에 대한 가치관과 나를 내심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제아무리 사무적인 이메일 한 통이라 하더라도 쓰여진 단어들, 문단나누기, 맨 앞과 맨 뒤의 인사법에 따라서도 꽤 많은 힌트가 읽힌다. 프리랜서인지라 나도 다양한 업무제안을 이메일로 받는데 그 일의 내용과 성격, 지불되어지는 돈액수를 떠나 왠지 이 일은 받지 말아야겠다는 느낌을 주는 이메일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장황한 이메일. 장황함은 여러가지를 내포하는데 길이가 불필요하게 긴 이유는 핵심내용이 파악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상대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부정확한 상태에서 '던지는' 입장이기 때문에 설사 일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정에서 문제가 야기될 확률이 높다. 또한 장황함에 덧붙여 받는 이에 대한 불필요한 아부성 내용이 들어가는 것도 되레 거부감이 든다. 찬찬히 해독해보면 그 칭찬들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해당되는 일반적인 '좋게 좋게' 식의 내용인 경우가 많다. 다시말해, 그 일을 맡기는 대상은 반드시 나일 필요가 없고, 일단 이 일을 어떻게든 빨리 해치우고 싶은 절박감만이 더 드러났다. 반대로 이유없이 끌리는 이메일이란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것과 정반대 경우다. 짧고 명료하고 나만을 바라봐주는 이메일이다. 나는 당신에 대해 충분히 파악을 했기 때문에 긴 말이 필요없고,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장 짧고 명료한 언어로 전달할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산뜻하고 힘있게 사람을 휘어잡는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