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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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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국정원에 '봄날'이 오려면…

국정원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국정원장 사퇴나 관련자 문책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지난해 4월에 대선 관련 댓글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안 돼 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5년 불법도청 의혹으로 받은 압수수색을 합치면 세 번째가 된다. 국정원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분단국가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가발전에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도 수행했지만 때로는 '정권의 시녀' 노릇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던 국정원이 민주화의 시발이 된 1987년 6·29 선언 이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혼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본래 설립취지나 기능과 거리가 먼 활동이 수시로 노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의 취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기능이 변질돼 본래의 사명을 벗어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대선 댓글 사건만 해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국정원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중앙공안정보기관(일명 모사드)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최소한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그리고 일본의 내각정보조사국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정원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익 위주의 엄정중립 기관이 돼야 마땅하다. 어떤 정권 교체에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기능면에서는 국익 위주로 해외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안보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시대에 승리할 수 있는 산업정보 수집과 유출방지 역량이 획기적으로 커져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답게 철저한 정보관리와 운영능력이 요구된다. 바로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이러한 국정원의 환골탈태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국정원 전 요원들은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무장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인

2014-03-16 15:39:5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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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구본무 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불가능한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일반인들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들어봤음직한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를 필두로 삼성의 개혁이 시작됐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삼성의 위상을 보면 경영자의 장기적인 안목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지 기업경영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통한다. 중국의 고사에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는 이유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을 취하는 게 옳은 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때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양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주총회를 보며, 느끼는 소회는 남다르다. 두 회사는 모두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 지난 14일 주주총회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표면적으로 두 회사 모두 큰 이슈가 없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등기이사 9명에게 지급하는 총 보수한도액을 작년보다 100억원 늘린 것이나, LG전자가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것 정도가 이야기 될 만한다. 그러나 내면에 담긴 온도차는 상당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여전히 휴대폰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LG전자의 차이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주주배당이라는 지표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재한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보통주 1주당 지난해보다 84% 늘어난 1만4300원을 지급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9조원, 영업이익 37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한 구본준 부회장을 대신해 정도현 최고재무책임(CFO) 사장이 발표한 LG전자의 현금배당은 주당 200원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배당금이 각각 3000원과 1000원으로, 3배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차이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후 20여 년간 LG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LG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의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빼앗긴 것이 어려움의 시초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겪는 어려움은 단지 반도체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출구없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특히 문제는 미래다. IBM PC사업부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레노버처럼 중국의 경쟁업체 중에 삼성처럼 장기적인 비전으로 무장하고 성장하는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힌 류촨즈 레노버 회장은 지난 2003년 강연에서 "기나긴 역사에서 20여년이란 시간은 한순간과도 같다. 그러나 레노버의 역사에서 지난 20년은 모진 비바람을 뚫고 이겨낸 세월이었다"며 "처음은 언제나 비전이다. 그것이 나와 조직을 이끌 것이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앞뒤로 끼어버린 형국인 '위기의 LG'에게서 구본무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2014-03-16 11:08:33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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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목수들과의 일주일

큰마음 먹고 이번에 평생 쓸 요량으로 작업용 원목테이블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기로 했다. 밤마다 집요하게 검색에 검색을 거쳐 여섯 군데 정도로 최종후보를 추리고 짬을 내서 발품팔아 직접 가구를 보러가기로 했다. 사이트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막상 가보니 가구전시장을 따로 가진 곳도, 톱질 중이라 정신없던 공방이 전부였던 곳도 있었고, 아예 자신이 만든 가구가 비치된 카페로 안내한 분도 있었다. 이렇게 천차만별의 고객대응방식이었지만 한 가지 놀랍도록 공통적이었던 점이 있었다. 제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난 모든 목수 겸 가구디자이너 분들은 단 한 명도 '우리 것이 제일 좋다'며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시간을 들여 찬찬히 테이블을 관찰하고 만져볼 여유를 주었다. 음흉한 소비자인 나는 다른 가구점도 지금 발품팔이 중이라고 슬며시 흘리니 그들은 조급해지거나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해맑게 웃으며 "잘하셨어요. 가구는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딱 맞는 짝을 찾아야 한답니다"라며 차라리 축복해주셨다. 발품팔면서 알게 된 원목에 대한 얕은 정보로 깐깐하게 캐물으면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더 신나서 설명해주며 나를 '모범적인 소비자'로 기특해했다. 하물며 제품 느낌이 엇비슷한 경쟁사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슬쩍 떠보니 한 목수는 '솔직히 말하면 전 개인적으론 그 업체 제품을 좋아한다'며 나도 분명 그 집 가구를 좋아할 공산이 크다고 꼭 가보라고 되레 부추키기까지 했다. 그 목수의 추천대로 갔다가 공교롭게도 그 곳에서 내 '짝'을 만나버리고 말아서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일은 옷이나 소파나 침대 매트리스 등 그 어느 제품을 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자기네 물건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고 내가 꼬치꼬치 캐물으면 짜증냈다. 그런데 직접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이 분들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칭찬까지 해주는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이 자부심과 관대함은 자연이라는 나무를 일상적으로 만지고 사는 데에서 기인했을까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행복한 쇼핑이었다.

2014-03-16 11:03:58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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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2>의정부, 부대찌개의 추억

반 세기가 넘도록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우리네 곳곳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제일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만나는 '부대찌개'가 그 단적인 예다. 부대찌개라는 명칭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반으로 찌개를 끓여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하는데, 제일시장의 수십 년 된 가게들에선 굳이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소세지와 스팸 그리고 다진 고기를 넣은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이래 해마다 부대찌개 축제까지 벌여오는 걸 보면 부대찌개가 마치 의정부의 상징인양 느껴진다. 그런데 부대찌개의 역사는 곧 눈물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1면 톱으로 실린 '허기진 군상'이라는 기사를 보면 드럼통에 담긴 음식물을 사가는 사람들의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어 있다. "먹는 것이 죄일 수는 없다. 먹는 것이 죄라면 삶은 천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 먹이로 사람이 연명을 한다면, 식욕의 본능을 욕하기에 앞서 삶을 저주해야 옳단 말인가. 담배꽁초, 휴지 등 별의별 물건이 마구 섞여 형언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 반액체를 갈구해야만 하는 대열! 그들은 돼지의 피가 섞여서가 아니다. 우리의 핏줄이요 가난한 이웃일 따름이다." 부대찌개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즉 돼지에게나 먹일 '꿀꿀이죽'을 인간이 먹을 수밖에 없던 한국전쟁 뒤 가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기사다. 물론 지금의 부대찌개에는 미군이 먹다 남긴 재료를 재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1966년 방한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성을 따 '존슨탕'이라고도 부르는 부대찌개는 여전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궁핍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지나간 우리시대를 떠올리게 해주는 역사의 한 단면으로서 존재한다.

2014-03-13 15:46: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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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씀바귀가 쓴가요, 단가요?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옛말은 씀바귀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으니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기 싫다면 지금쯤 씀바귀나물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 씀바귀는 또 춘곤증을 막아 봄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서 열기를 없앤다고 했으니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잠을 덜 자게 한다는 것이니 춘곤증 예방에 좋다. 때문에 옛날부터 고들빼기와 함께 봄철 춘곤증을 막아주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혔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먹는다. 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핵심 요소인데 어렸을 때는 쓴 맛의 진가를 잘 모른다. 세상살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 참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곡풍(谷風)에 씀바귀의 진짜 맛을 노래한 여인이 있다. 낭군한테 버림 받은 여인이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달콤하기가 냉이와 같네요"라고 노래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은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쯤이야 오히려 달콤하다는 비유다. 버림받은 이 여인, 실연의 쓰디쓴 아픔을 씀바귀를 씹으며 달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냈기에 인생의 쓴 맛도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조의 경지에 올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봄이 왔으니 씀바귀를 먹어보자. 씀바귀 맛이 쓴 지, 달콤한 지에 따라 지금 마음의 상태도 알아 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2 11:18: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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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750ml의 의미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와인 메이커'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이 기기에 물과 와인의 재료가 되는 키트를 넣고 3일만 기다리면 와인이 된단다. 액면 그대로라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와인인지는 의문이다. 와인 마니아는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와인 양조에는 물 한 방울 첨가되지 않는다. 와인은 1년 동안 공들여 재배한 포도로만 만든다. 와인 한 병은 통상 750ml다. 한 병의 와인을 만드는 데는 포도 1Kg이 들어간다. 포도는 무게의 비중으로 볼 때 10% 내외의 껍질과 5% 정도의 씨, 나머지가 과육으로 구성된다. 물론 재배지역과 품종에 따라 그 비중은 조금씩 달라진다. 포도 껍질은 발효 과정을 통해 와인에 색깔을 입히고 탄닌을 우려낸다. 씨는 지방질과 탄닌 성분이 강하나 대부분 제거된다. 결국 80~85%의 과육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발효 과정에서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고 가스는 공중으로 날아간다. 발효와 숙성, 병입 과정에서 증발 또는 찌꺼기 등의 여과를 거쳐 또 일정부분이 줄어든다. 그 나머지가 750ml의 와인으로 탄생된다. 의도적이었든 우연이었든 와인 한 병이 750ml로 만들어진 이유라면 이유다. 포도의 과육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진다. 이 수분은 1년 중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100일에 걸쳐 껍질 속에 쌓인다. 곰팡이가 침투하면 썩어 떨어지고(물론 와인에 유익한 곰팡이도 있어서 이를 노블롯이라고 한다) 제대로 영근 과실만 수확된다. 이보다 더 순수한 수분은 없다. 과육은 또한 미네랄과 영양소의 창고이기도 하다. 1년 동안 포도나무의 뿌리에서 뽑아 올린 각종 양분은 포도 알에 농축된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토양과 토질에 따라 쌓이는 양분의 종류도 제각각이다. 철분 등 금속 성분이 많은 토양이나 조개 화석이 많은 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미네랄 향이 강하다. 진흙과 자갈토양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대체로 흙냄새와 나무향이 진하다. 뉴질랜드 등 녹색지대의 소비뇽 블랑 와이트와인은 유난히 풀향기를 내뿜는다. 프랑스 론 지방에서 자란 시라 품종은 미스트랄이라는 바람 때문에 포도 알이 작고 껍질 비중이 높다.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카베르네소비뇽이나 이탈리아의 네비올로 품종도 껍질이 두껍다. 껍질이 두꺼운 포도종은 탄닌이 풍부해 오랜 기간 숙성이 가능한 좋은 와인이 양조된다. 와인이 술이면서도 심장병 등 건강에 좋은 이유는 바로 자연이 만들어 낸 순수함 때문이다. 그래서 와인 제조업자들도 자연의 가치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재배 단계부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효 등 양조 과정에서도 설탕 추가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인공의 가미를 최소화한다. 요즘 부쩍 바이오다이나믹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와인을 기계로 만든다? 와인의 맛을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프랜치 패러독스'가 표현하듯 우리 몸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그런 '자연이 만들어낸' 와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14-03-11 09:45: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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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김시진의 한, 사직의 한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올해로 사령탑 7년 차를 맞는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2009~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2013시즌부터 롯데를 2년째 지휘하고 있다. 지난 6시즌 모두 4강에 들지 못했다. 승률 5할을 넘은 성적표는 작년(66승58패4무)이 유일했다. 우승은 커녕 4강도 들지 못한 김시진 감독이 지휘봉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너무 약체 팀을 맡았다. 그래서 성적에서 비교적 자유스러웠다. 여기에 투수를 키우고 팀의 체질을 바꾸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컸다. 요즘 넥센이 강한 이유도 그의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롯데 팬들은 작년 억울했다. 10승 투수 3명(유먼·옥스프링·송승준)과 30세이브 소방수(김성배)가 있었는데도 4강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정도면 4강은 기본이요 한국시리즈도 노릴만한 전력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4강에 실패했다. 공격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주포 이대호 일본이적, 홍성흔 FA 이적으로 빠지면서 해결사가 없던 탓이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힘이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롯데 전력 가운데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A 최준석과 알짜 외국인 루이스 히메네스 거구 듀오를 영입해 장타력을 보강했다. 좌완 15승 투수 장원준이 제대해 복귀했고, 150km 강속구 투수 최대성도 불펜에 가세해 마운드도 강해졌다. 무엇보다 2개의 라인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내·외야진을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21년 동안 우승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9년 이후 14년째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사직구장 특유의 "마!" 응원에는 그런 질곡의 시간을 인내한 팬들의 한이 담겨 있다. 김시진도 우승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선수들은 더할 것이다. 여기에 구단의 한까지 켜켜이 쌓여 있다. 왠지 올해 사직구장은 한풀이 용광로가 될 것만 같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10 16:00:0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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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읽기] 착한 고객에겐 착한 가격으로

'손님은 왕이다.' 조그만 동네 가게에서부터 큰 기업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고객은 왕처럼 대우받고 있다. 아니 기업들은 자신들의 고객들을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들이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카페 La Petite Syrah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이 카페에서는 고객들의 커피 주문 태도를 평가한다. 아예 매뉴얼로 가격을 정해놓고 있다. 기본 7유로인 커피 주문 시 'please'를 붙여 정중한 말투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4.25유로에 판매한다. 심지어 밝은 얼굴로 인사까지 곁들이면 1.40유로에 커피를 판매한다. 80%를 디스카운트 한 가격이니 거의 공짜인 셈이다. 고객서비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비애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사례이다. 서비스 품질의 결과는 그 결과를 위한 과정 속의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와의 관계의 품질에서부터 결정된다. 많은 기업들이 표적 고객들을 고르고 그 고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고객이 '왕'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서비스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있어야 함을 인지한 것이다. 영국의 모 레스토랑에서는 아이들을 동반한 고객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고객들의 매출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초기 매출엔 가족 고객들의 매출이 마이너스로 나타났고 아이들을 무시한다는 일부 고객들의 불매운동으로 다소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레스토랑의 매출은 다시 회복됐고 오히려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레스토랑이 됐다.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어서 돈을 지불하고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음과 쾌적하지 않은 분위기를 참아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저렴한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진 세상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받아야 하는 서비스만큼 자신들이 지켜내야 하는 태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자신이 속한 소비자 그룹에 적절한 태도를 갖추지 못한 '자격 없는 소비자'가 자신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소비자의 태도가 자신의 '격'을 말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젠 기업이 자신들의 '격'을 지켜주길 원한다. '가격'이 아닌 '격'으로.

2014-03-10 15:58: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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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신당이 성공으로 가는 혁신과제

지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신당 창당이 아닌가 한다.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이 하나로 뭉쳐 '제3의 신당'을 만든다. 말이 창당이지 당 대 당의 통합이나 마찬가지다. 신당 창당의 목표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정치를 펴 오는 2017년 대선 승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민주당의 정치 행보나 안철수 의원이 선보인 새 정치의 실험은 이러한 과업을 완수할지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새 정부 들어 민생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정쟁으로 일관해 국력을 소모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또한 새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깃발을 들고 나온 안철수 의원은 아직도 새 정치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이러한 두 개의 정당이 하나가 된다는 점에 우선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 발표 후 4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 출발하는 신당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신당이 제1 야당으로 자리를 잡고 나아가 수권능력을 갖추자면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된다. 첫째, 시대정신에 충실해야한다. 우리나라는 고른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수준은 노사관계와 함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때문에 정치발전이 나라발전의 핵심 역량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낡은 정치 청산은 야당부터 솔선해야한다. 투쟁 일변도의 정치가 바로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 산업이다.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 때 정치는 투쟁이 최선일 수 있다. 지금은 경쟁시대다. 셋째, 국가이익과 국민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둬야 한다. 이제는 낡은 이데올로기 시대가 지났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미국조차 150년 전 링컨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을 가장 중시하는 게티즈버그 연설을 거울로 삼을 정도다. 넷째,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할 경우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킴은 물론 국론을 이리저리 쪼개 정치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대안정치를 펴야 믿음이 간다. 다섯째, 계파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지금 신당을 구성하는 세력 사이에는 태생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너무나 많이 지니고 있다. 당내 정치부터 화합을 다지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지도력을 확보해야 희망이 있다. /언론인

2014-03-09 18:05: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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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

8세기 중엽 이슬람 제국의 규모는 가히 세계적이었다. 인도 근방에서 북아프리카,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영토는 로마가 붕괴된 이후 유럽의 역사적 운명을 좌우할 지경이었다. 7세기 이전에는 지중해 로마의 세계에서 미미한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아라비아였다. 아라비아는 비잔틴과 페르시아 제국 사이에 있는 완충지대와 같았고 두 제국이 격투를 벌이면서 힘이 약해지자 그 틈을 파고 종교와 군사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슬람의 힘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문명의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잔틴과 페르시아 문명의 수준은 아라비아의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슬람은 보통의 정복자들이 했던 것처럼 문화를 파괴하고 약탈한 것이 아니라 고등문명의 영양분을 자신의 것으로 최대한 섭취하기 위해 진력을 다했다. 이슬람은 지적 품격을 갖춘 문명이 되어갔던 것이다. 이러면서 아랍어는 국제어가 되었다.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를 봐도 중앙아시아 쪽에 가까운 사마르칸트에 그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문학의 위치를 갖게 된 것은 아랍어 덕분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서적은 당시 기독교의 일파였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학자들에 의해 거의 대부분 아랍어로 번역됐다. 르네상스의 자양분이 여기서 마련된다. 중국과 인도로부터는 특히 십진법, 0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된 대수학을 만들어 냈다. 12세기 중세 유럽은 이에 비해 낙후한 지적 수준을 면치 못한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는 진통을 겪고 있다. 미래를 새롭게 세워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 고민이 이슬람에만 있는가? 그런데 이들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온 문명의 자신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 지혜로 오늘의 세계를 진중하게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슬람 문명에 무식하거나 멸시한다. 그건 우리의 무지일 뿐이다.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같은 세계적 고전이자 명저가 오랫동안 품절인 채로 지식사회 안에서도 읽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싸비야"라는 말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의 근원에 대한 그의 성찰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주제다. 그럼에도 이슬람의 정신세계와 문명에 대한 배움은 너무도 방치돼 있다. 이 나라 지식지도는 다시 써져야 하지 않을까? 서양의 이론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습관이 너무도 깊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09 18:01:0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