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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지난 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을 일주일 이상 속으로 지탱시키기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몸은 쉬이 지치고 불면증에 감기도 들고 예민한 성향 탓에 항우울제의 일시적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이 정도인데 가까이서 이 일을 겪는 사람은 어떨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물며 죄책감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추스리기 위한 이기적인 이유로 분향소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나로서는 취약한 이런 의도조차 미안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내려갔다. 열 시 정각에 열리는데 이미 10분 전부터 100미터 가까이 줄이 서 있었다. 내 앞에 수녀님들 세 분이 서계셔서 왠지 떨리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침내 입장하게 되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면서 명복을 빌었다. 다들 바로 옆에서 재잘댈 것처럼 너무 예뻤다. 일부 여학생들이 학생증 사진을 인형얼굴처럼 포토샵 한 것조차도 사랑스러웠다. 러시아 태생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긴 이름을 가진 남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을 먼저 구하다가 정작 당신은 못 빠져나온 최혜정 선생님과 아이들을 배 속에 두고 나온 데에 대한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선생님의 선한 미소의 영정사진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향소 밖으로 나오면 다녀간 추모객들이 포스트잇 메시지를 붙이는 곳이 있어서 가능한 한 많이 읽다왔는데 '하늘나라에서 이젠 편히 쉬길' '보고 싶다'같은 일반적인 추모메시지보다 압도적으로 다수의 메시지를 차지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특히 어른들의 글씨로 보이는 포스트잇들은 누구나가 이구동성으로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이 참사를 만들어 낸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님에도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낸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로 아이들의 용서를 빌었다. 이 참사의 최종 책임자만 유일하게 끝까지 '미안하다'라는 말을 안 할 뿐이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27 10:39:1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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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미국에서도 콩밥을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핑 존(Hopping John)이라는 음식이다. 물론 미국인 전체가 모두 먹는 것은 아니고 주로 남부지방에서 발달했다. 쌀밥에 콩과 양파, 베이컨, 채소를 넣고 소금이나 향신료와 함께 볶아 먹는다. 쉽게 말해 콩밥으로 만든 볶음밥이다. 우리처럼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아닌데 왜 미국에 콩밥이 다 있을까? 미국 콩밥에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 옛날 우리도 감옥에서 콩밥을 먹었던 것처럼 미국식 콩밥, 호핑 존은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흑인 노예들이 먹었던 음식이다. 물론 지금은 남부에서 고루 먹는데 남북전쟁이 그 계기가 됐다. 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옛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북군이 남부 조지아에서 도시를 불태우고 민가를 약탈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실제 남부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북군이 농지와 식량을 불태우는 초토화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불태웠던 북군이 유일하게 남겨 놓은 것이 동부 콩과 순무 잎사귀였다. 완두콩과 강낭콩은 모두 빼앗아가고 동부 콩만 남긴 이유는 당시 미국에서 동부 콩은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사료였기 때문이다. 순무 잎사귀 역시 우거지로도 만들지 못하니 굳이 빼앗아갈 이유가 없었다. 철저하게 파괴된 폐허 속에서 목숨만 건진 남부 주민들은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 사료인 콩과 밭에 버려진 순무 이파리를 먹고 버티며 살아남았다. 미국식 콩밥인 호핑 존이 발달한 배경이다. 덕분에 호핑 존은 지금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 됐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새해에 미국식 콩밥을 먹으며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당시 미국 남부 사람들은 비비안 리가 분장한 영화 속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중얼거리며 눈물 콧물을 섞어 미국식 콩밥을 먹었을 것이다. "내일 생각해야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그래도 참고 견디며 내일을 맞아야 한다.

2014-04-23 10:46:0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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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와인가격 파괴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 값이 비싼' 나라다. 똑 같은 브랜드와 빈티지의 와인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2~3배 비싸니 그럴 만도 하다. 미국 나파밸리의 유명 와이너리 오퍼스원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와인을 병당 200달러(약 21만원) 내외에 판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매가가 50만원 대다. 프랑스 론 지방의 일명 '교황의 와인' 샤또네프 뒤 빠쁘는 자국에서는 2만원 정도, 바다 건너 미국 대형 마트에서도 운 좋으면 40달러 선에 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7만원을 호가한다. 파리에는 품질 괜찮은 6000원짜리 부르고뉴 피노누아 와인이 널렸는데 우리나라는 이 정도 되면 3만원 이상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그 이유는 수입가격의 70%에 달하는 각종 세금에 2~3단계에 걸쳐 유통 마진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와인 소매가는 수입가의 3배라는 등식이 성립했었다. 그런 와인 가격체계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가격파괴가 와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가 와인 가격을 낮출 요량으로 주류 수입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와인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와인 소비자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시장 판도는 크게 변했다. 와인 시장도 거대 자본이 이끄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 영세 수입업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와인을 팔 유통망이 없다. 결국 소매상이나 레스토랑에 공급하거나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 납품해야 한다. 문제는 대형 마트들이 모두 국내 굴지의 그룹 계열사고 이들은 대부분 와인 수입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가에 약간의 이윤만 붙여도 남는 장사니 유리한 위치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잘 팔리는 와인은 모두가 그룹 계열사가 수입한 저가 품목들이다. 신세계L&B가 수입하고 이마트가 판매하는 칠레 와인 'G7'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는 판매량 면에서 1등으로 등극한다는 예상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은 2만원 미만의 제품들로 바뀌었다. 굳이 고급을 찾지도 않는다.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고급 와인도 가격 파괴 대열에 동참했다. 7~8년 전 10만원을 넘던 와인 다수가 '할인 행사'라는 명분 아래 7만원 미만에 팔린다. 때문에 중소 와인 수입상은 생존할 방법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레스토랑도 와인 판매가 급감했다. 소비자들도 레스토랑에 가 비싼 와인을 마시느니 마트에서 싼 와인과 함께 식재료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입에 맞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와인과 매칭해 즐긴다. 다양한 맛의 와인에 음식을 맞추는 것을 '마리아주'라고 하고 이는 주로 소믈리에의 영역이었으나 이제 웬만한 와인 마니아들은 어떤 와인에는 어떤 음식이 좋다는 정도는 다 알고 스스로 선택하는 추세다. 와인 가격의 파괴로 인한 변화는 하루가 다르다. 대체로 건전한 방향이지만 와인까지 대기업이 과점하는 구조로 고착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2014-04-22 09:55:03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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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새 얼굴 한승혁 미풍일까 태풍일까

KIA 4년차 우완투수 한승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말 드래프트 1순위로 KIA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2011시즌까지 쉬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2012~2013년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수술 후유증 기간이었다. 올해는 달라졌다. 1군 중간 계투요원으로 발탁을 받아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처음에는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뒤를 잇는 롱릴리프 요원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선발투수로 변신해 2경기에서 11⅔이닝을 던져 단 2실점했다. 두 경기 모두 팀의 4연패를 막아낸 호투였다. 붕괴 직전에 놓인 KIA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선발투수 한승혁은 아직은 미완의 대기이다. 입단 4년 만에 겨우 첫 승을 따냈을 뿐이다. 여전히 홈플레이트 앞쪽에 볼을 패대기 치는 등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다. 변화구로는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예리한 맛도 있지만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그가 주목을 모으는 이유는 최고 153~154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칠 때면 쳐보라"는 자신감을 갖고 직구만 줄곧 던지기도 한다. 그래도 상대타자들이 쩔쩔 맨다. 투구수를 조절하는 것이 숙제이지만 이런 무모한 정면 승부에 팬들이 박수를 보낸다. 야구계는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이후에 모처럼 강속구형 토종 선발투수가 나타나자 반가운 모양이다. 새로운 인물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관중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승혁에게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어렵다. 앞으로 성공이 아닌 좌절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한승혁이 태풍을 일으켜 '스타' 별칭을 얻게 될 지 더욱 궁금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4-22 08:56: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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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깊은 슬픔에는 눈물도 마른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 분노의 초점은 몇 가지로 나뉘었다.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무사에 대한 수위가 가장 높다. 여객선과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던, 관심 밖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 비난의 말을 잃게 할 지경이다. 노후화된 배, 과적된 화물, 형식적인 안전 점검 등 운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와 위법에 가까운 나태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비난이나 질책, 추궁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사고 직후 오늘까지 드러난 위기관리능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93년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 당국은 72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고 원인은 물론 승객 수조차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 당시 29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초동 대응의 부실이 지적됐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왜 모든 사고는 합동대책, 합동수사일까. 백지장을 맞드는 건 좋으나, 실상은 하염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의사 결정의 지연뿐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사고 보도에 대한 언론 평가도 좋지 않다. 참담한 사고라는데 이견은 없으나, 그 사고가 얼마나 참담한지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고에 대한 대응에 도움이 될 보도 형식이나 내용이 중심이 되면 안 되겠냐는 의견이다. 사고가 후진국형 인재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강조해, 대한민국이 재해재난에 얼마나 형편없는 국가인지 확인해주는 것만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사회에 나타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언론의 책임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월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의 심경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사회 전체가 모두 그들에게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알리고 확장시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어쩌면 세월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우리가 조용하게 기도를 해주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기도하고 있다고, 돕고 싶다고, 도와야 한다고 소리 내서 웅성거리지 않는 게 도와주는 길 아닐까. 깊은 슬픔에는 눈물도 마른다. 진정 아프면 말을 잃는다. 우리는 피해자의 가족보다 더 많이 울었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몇 문단의 글을 덧붙이는 게 죄스럽지만, 우리 이제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타인의 아픔을 나의 선함을 드러내는 데 쓰지 말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4-21 14:12: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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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까?"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까?" 지난 18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표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력한 행태를 비판하면서 발표한 호소문의 마지막 부분이다. 당시만해도 많은 국민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300여 명 가까운 승객이 실종된 대형 사고에 구조대원이 고작 8명뿐이겠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5일을 넘기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이 사실로 여겨지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위에 올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국 언론에 비친 우리나라의 재난 대처 모습은 후진국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비춰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중대본, 탑승인원 5번, 구조인원 8번 '번복' 이번 사건은 수많은 희생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 짓밟고 정부에 대한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의 구조·수색 작업을 총괄하는 주무 부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였다. 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재율 총괄조정관, 각 부처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등에서 파견한 협력관 등 40여명이 머리를 맞댔지만 누구 하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대본의 실수는 사고 첫날부터 이어졌다. 사고발생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10시쯤 중대본은 총 471명의 승객이 세월호에 탑승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루에 3번 정정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등 총 5번이나 오락가락했다. 구조인원발표에서도 실수는 이어졌다. 최초 16일 오후 2시쯤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8차례나 바꾸고 나서야 18일 174명으로 최종 변경했다. 애초 발표했던 368명과는 194명이나 차이가 났다. 결국 재난 관리를 총괄하고 조정해야 하는 '중대본'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망자의 이름이 뒤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실수가 이어지자 정부는 다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가동시키는 촌극마저 연출했다. 실수를 연발해 사상 초유의 사고로 확대한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 약속한대로 '(담당자들은)전부 옷을 벗는'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재난·구조 등의 매뉴얼 정비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또다시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부단한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2014-04-20 21:21:14 정영일 기자
[김민웅의 인문학산책]사라진 정부, 통곡하는 국민

"이마에 진땀이 나고, 곁눈질로 보기는 하나 차마 바로 보지는 못하였다." 에 나오는 대목이다. 골짜기에 버려진 누군가의 주검이 당하는 비참한 모습 앞에서, 마음이 깊은 통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 대한 증언이다. 그는 이런 심정이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생명이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폭력과 반복되는 희생이다. 예수는 어떤 아이가 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서로 논박에만 몰두하자, "그 아이를 데려오라"라고 일갈한다. 어떻게든 먼저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의지나 능력은 없으면서, 딴 짓이나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해도 울지 않는" 세상에 대한 예수의 슬픔이 또한 여기에 배어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난의 바다, 고해(苦海)에 잠긴 중생의 아픔에 공명한 부처의 깨우침도, "자비(慈悲)"라는 말로 연결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줄을 놓지 말고 굳게 잡으라는 뜻이다. "자(慈)"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비(悲)"는 누군가 아파하는 것을 자기의 고통처럼 눈물 흘리는 마음이다. 맹자나 예수, 그리고 부처의 말씀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가르침의 핵심은 "생명의 존귀함을 지켜내는 마음"이다. 근대국가의 사회계약론에 관한 정치철학적 기초를 만들어낸 홉스의 은, 자연 상태에서의 폭력을 막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국가에 양도한 합의를 주목한다. 이걸 근거로 국가권력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지만, 홉스가 말한 중심에는 그 구성원의 생명을 지켜낼 수없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역설적 논리가 서 있는 것이다. 진도 앞바다 침몰참사의 실종학생 부모 가운데 누군가가, 현장을 찾아온 단상 위의 대통령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그때 대통령은 황급히 단하로 내려와 그 부모를 껴안고 울며 이윽고 상대를 부축해 함께 일어섰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어버린 다섯 살짜리 소녀를 만난 대통령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품에 꽉 끌어안고 눈물을 쏟으며 한참이나 통곡했다. 현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둘 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무릎 꿇고 하소연 했던 엄마와 부모가 실종된 아이는 현실이었지만. 그야말로, "생명의 정치"가 절실해진다. /성공회대 교수

2014-04-20 16:32:0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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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파산 이야기]개인회생과 파산의 차이

요즘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적으로 무너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도 많다. 그러나 실제 법률 상담 현장에서 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 지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빚에서 스스로 탈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인회생과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제대로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주 2회 개인회생과 파산에 얽힌 이야기를 싣는다. 60대 중반의 L씨는 3년전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가 취하했다. 그는 파산과 관련해 법원에 나갔지만 판사로부터 무안을 당했다. "신청인은 소득이 있어서 파산은 안 됩니다. 취하하세요." 출판사 일을 하며 200여만원을 버는 L씨는 많은 빚을 떠안고 살았다. 그의 딱한 처지를 도와주기 위해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지인이 대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준 것이다. 이 지인은 이웃을 도우려는 선의에서 나섰지만 법적인 지식이 전혀 없었고 법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L씨는 파산대신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했었다. 최근 개인 회생 신청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반면 아이러니칼하게도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회생 인가율은 2009년 74%였지만 2012년 59.7%로 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개인회생 신청 자격 요건이 안 되는 신청자들이 늘어난 탓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법률지식 없이 개인회생과 파산을 쉽게 생각한 데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법률사무소나 법무사 사무실은 웬만한 전화상담은 무료로 해주고 있어 자신이 개인회생인지 파산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문제인 것이다. <김현수 법무사 http://blog.daum.net/law2008/>

2014-04-20 15:13: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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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어른의 자격

기시감이 든다. 불과 얼마 전 경주 리조트의 체육관 붕괴로 기대감에 들뜬 대학 신입생들이 하릴없이 사망했다. 작년에는 안면도 해병대 캠프에서 교관의 지시를 듣다가 학생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도 그리 먼 옛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주, 온국민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을 태운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다. 위의 모든 재난사고들은 명징한 공통점이 있다. 자연재해가 아니고 어른이라는 인간들의 잘못으로 생긴 인명사고라는 점이다. 허술한 직업의식, 시스템과 매뉴얼의 미비, 상황 판단과 양심 부족, 책임 회피 등이 그 잘못들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책임을 다한 어른도 있었다. 아이들을 여럿 구하고 희생된 고 남윤철 선생님,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도 결단 있게 학생들을 갑판으로 올라가게 하고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챙긴 후 본인은 결국 못 피한 고 최혜정 선생님, 또 역시 스스로 판단해 뛰어내리라는 퇴선방송을 하고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 고 박지영 씨.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다. 평범한 우리 어른들은 그들의 희생을 보며 만약 내가 저 상황에 놓였더라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본다. 솔직히 장담하기 쉽지는 않다. 한편 살아남은, 혹은 그냥 살아있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사태에 깊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이 사태의 책임자라는 한 어른은 끝내 몸소 목숨을 끊었다. 나는 어른들이 아랫세대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몹쓸 짓은 젊은 그들의 희망과 기력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현 한국사회와 환경은 충분히 불안함과 막막함을 안겨주고 있다. 한데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 확고한 불신마저 더해졌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결국 나를 지킬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책임지고 물러날 어른들이 물러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확고한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고 더불어 그 과정마저도 감시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어른도 요새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욕할 자격이 없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20 15:01:0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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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공기업 노조, 자율개혁 용단이 필요하다

공기업 노조, 자율개혁 용단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기업개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면서 개혁의 깃발을 들고 나온 지 5개월이 지났으나 커다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핵심개혁 대상 공기업 38곳 가운데 불과 6곳만 합의를 보았고 21곳은 계속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16곳은 노조에서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과 복리후생비를 삭감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의 시한을 넘긴 곳도 적지 않다. 일부 노조에서는 상급단체인 산별노조에 협상권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개별노조가 나설 경우 정부나 사측에 열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들은 공공기관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같은 곳은 아예 거래소는 원래 민간 기관이었다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풀어준다는 약속을 해야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공기업노조는 개혁에 실패할 경우 기관장이 해임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하여 그랜드 코리아 레저, 부산항만 공사, 한국투자공사, 마사회, 가스기술공사 등 6곳은 노사합의를 보아 경영개선의 길을 찾고 있기는 하다. 사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 오면서 지금처럼 부실을 키웠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1천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부채를 늘리는데 에는 공기업의 부실경영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기업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그동안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연봉과 복리후생비는 물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상식을 벗어난 사례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제 공기업노조는 국민통합차원에서 국민정서에 부합할 수 있는 자율개혁을 선언하고 화답해야 한다. 정부주도의 하향식 개혁 이전에 '더불어 사는 모럴'을 회복해야 마땅하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나 저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빈곤층을 한번 쯤 마음으로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2014-04-20 10:50:48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