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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문화의 탈경계가 상생(相生)의 문화로

최근 문화·예술계의 많은 이슈들 중 '탈경계(borderless)'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게 했으며 기존에는 없어 정의할 수 없었던 그 무엇들을 생성해내고 있다. 지난해 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펑크 전시 '펑크 카오스 투 쿠튀르(Punk Chaos to Couture)'를 열었으며 이를 통해 대표적인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펑크' 문화의 공격적인 면을 의도적 일탈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쿠튀르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대중문화가 예술의 소재로 활용되는 일은 요즘에도 속속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로댕의 역작 '지옥의 문'이 상설전시되고 있는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는 미술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특별한 전시가 시작되었다. 정연두 작가의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Spectacle in Perspective)'라는 전시로, 로댕의 지옥의 문을 재연하고 상징화해 대중문화의 현상을 재해석했다. 이 전시에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내면을 바라보는 무거운 성찰을 스타와 스타를 추종하는 팬의 관계를 통해 가볍게 바라보고자 했다. 작가는 국내 5인조 걸그룹인 크레용팝과 그들의 아저씨 팬을 조명해 현대 인간의 근원적 내면을 바라보고자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저씨팬들의 정(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팝저씨'는 크레용팝의 아저씨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다른 걸그룹의 팬클럽과 구별될 만큼 30~40대, 많게는 50대 아저씨 팬들로만 구성된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팝저씨들이 크레용팝의 팬이 된 이유가 주목 받았는데 분명 기존의 팬클럽의 그것과는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대부분의 팝저씨들은 무명 시절 길거리 공연을 자처하며 열심히 사는 어린 멤버들의 모습에 빠져 팬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들이 대중적 스타가 돼서도 그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열혈팬이 됐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팝저씨들은 크레용팝의 활동 모습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게 됐고 자신이 살아가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으며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크레용팝의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항상 힘을 주는 팝저씨들에 대해 감사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언급해 이들 사이의 정의할 수 없는 애틋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의 소재가 대중가수와 특별할 것이 없는 그들의 팬이었다는 사실은 혁신이 일반화된 요즘의 문화·예술계에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전시를 통해 알게 된 팬심은 이기적 관계가 일반화 돼있는 현대의 인간관계에서 또 다른 관계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데 충분한 전시가 되고 있다.

2014-03-31 16:10:5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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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태양의 애무

별로 수줍지 않은 표정이다. 살며시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또는 은밀하게 감추어두었던 몸이 행여 드러날까 조심하는 기색조차 없다. 태양의 시선이 각도를 바꾸자,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어쩌면 거침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의 미모를 활짝 공개한다.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무척 닮았으나 각기 다른 미소를 짓고 있는 꽃들이 온 세상을 기적의 화원(花園)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봄은 어느새 경쾌한 발걸음의 정원사가 된다. 간밤에 비가 내리쳐 이 아름다운 풍경이 망가질까 하는 걱정도, 아침이 부드럽게 열리면서 말끔히 가셨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나에게 오기 전 이미 꽃들을 어루만진 애무(愛撫)의 손길이다. 그래서인지 그 손끝에서 벚꽃 향기가 난다. 어루만질 '무(撫)'라는 한자는, 없을 무(無)에 손 수(手)가 합쳐진 글자다. 있지도 않은 것을 만진다는 것인지, 또는 뭔가 없어질 때까지 어루만진다는 것인지 뜻 해석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물론 없을 '무'는 이 글자의 소리를 받쳐줄 뿐이나, 따지고 보면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것은 세상의 근심과 염려, 아픔과 외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영혼의 마술이 되지 않으려나 싶다. 태양의 애무는 그렇게 지상에 꽃을 피운다. 차갑게 굳어있던 흙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단잠을 자고 깨어난 기분에 잠긴다. 그리고는 따뜻해진 자신의 몸에서 겨우내 숨겨놓은 비밀을 꺼내 보여준다. 바람 불어 외투를 걸치고 있던 투박한 육신에서, 이토록 화사하기 그지없는 빛이 뿜어 나올지 누가 미처 짐작했겠는가? 냉기에 대한 두려움이 소멸한 존재의 확신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그 꽃들을 피워낸 손길에 온 몸을 내맡기는 사람들도 생명의 기력이 마음과 몸에 차들어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건 이내 인간, 그것도 춤추는 자의 체온이 된다. 꽃 춤이다. 우리도 언 땅에 발을 딛고 살다가, 우주 저 멀리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이 예까지 이르러 나의 살과 뼈, 그리고 영혼의 온도까지 변모시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매번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계절에 대한 설렘이, 밤새 누구도 모르게 키가 자라는 야생초처럼 아주 미세하게 몸 속 저 깊숙한 곳에서 흔들리며 올라온다. 변신을 준비하라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된 카오스의 강을 건너 생명의 땅으로 들어서는 기쁨이다. 아, 꽃은 내 안에서도 피어나고 있구나. /성공회대 교수

2014-03-30 18:30:2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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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똥개'만도 못한 한국 게임산업

지난 26일 CJ그룹은 대형 외자 도입과 관련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계열사인 CJ E&M이 게임 부문인 넷마블을 물적 분할하면서 방송, 영화, 음악·공연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5300억원을 투자해 넷마블의 3대 주주가 됐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넷마블이 지난해 매출 4968억원을 올리면서 음악·공연·온라인사업부문(2396억원), 영화사업부문(2089억원)의 매출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넷마블의 모바일게임이 대박을 기록하면서 CJ E&M이 연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물론 CJ E&M이 여전히 넷마블의 2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넷마블을 이처럼 쉽게 넘긴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향후 모바일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최근 모바일게임이 하루 평균 3억건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분에 주목하고 "게임이 페이스북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게임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샀다.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왕서방(텐센트)은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최고 기업들이 이처럼 좋은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국내 게임산업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왜 CJ는 효자를 남의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을까. 이는 국내 게임산업을 대하는 정부 및 기관의 자세와 큰 관련이 있다. 게임을 도박이나 마약과 같은 수준으로 다스리려는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빚어낸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다. 그룹 총수가 횡령·배임 및 탈세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CJ입장에서는 '정부가 길 들이기에 나선' 게임으로 돈을 잘 버는 넷마블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삼성과 같은 국내 대기업이나 대형 펀드들도 넷마블을 사고 싶었으나 섣불리 실행으로 옮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임중독법을 발의안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를 지지하는 당 대표, 게임은 창조경제의 일환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외 다른 액션은 사실상 없는 대통령이 두 눈 뜨고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똥개도 자기집 앞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했는 데 똥개만도 못한 국내 게임의 미래는 어째 이미 결판이 난 거 같아 아쉽다. /경제산업부 차장

2014-03-30 12:04:12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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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새누리당은 강자의 그릇이 못 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드디어 공식출범했다. 지난 26일 국회 130석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이 탄생된 것이다. 바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일대일 구도로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종전 민주당의 색깔이 크게 달라질 만큼 정강정책에 중도 노선을 강화했다. 4대 비전으로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 등을 제시하며 중도·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신당에 대해 집권여당은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을 조금도 감추지 못하며 원색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집권여당의 여유와 아량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창당에 따른 당대표의 축하 메시지는 고사하고 흔한 덕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게 새누리당이다. 물론 네덜란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중에도 '원자력방호방재법개정안'까지 처리해주지 않아 앙금도 컸겠지만 강자로서의 의연함은 잃지 말았어야 했다. 대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줄줄이 극단적인 비판 논평을 내놨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00년 갈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과욕을 부렸으나 정작 '100년 살 아파트'는커녕 가족들이 입주마저 거부하는 '부실 아파트'로 전락하게 됐다. '부실 아파트'에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세 가족이 곁눈질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시한부 동거에 불과할 뿐이다. 그 종말을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박대출 대변인이 독설을 퍼부었다. 함진규 대변인은 "새 정치를 외쳤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여전히 선명치 않다"며 "아무쪼록 창당을 계기로 지금껏 입으로만 외쳐온 새 정치를 이제부터라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이 갈망하는 정치판은 '젠틀맨십'의 타협과 화합을 추구하는 상생의 정치이다. 지금까지 야당인 민주당에 국민들이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 점도 따지고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투쟁일변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도 야당과 마찬가지 수준에서 이전투구 할 작정인가? 집권여당부터 '참다운 새 정치'의 출발을 위해 작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지지율이 다소 높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언론인

2014-03-30 11:45: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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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곰신'은 담담해

친한 후배의 남자친구가 얼마 전 군대를 전역했다. 후배의 남자친구가 훈련소에 들어갈 때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함께 배웅하는 웃기지만 슬픈 그 전형적인 상황이나 입대 후 애틋한 첫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이 꽤 오래 전 일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제대라니 놀랍다. 솔직히 말해 도중에 깨질 줄 알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 후배와 친하지 그 남자친구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자는 학생, 여자는 사회인, 하물며 여자가 한참 연상인 커플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라고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소심하게 '무리하지마'라고 은근슬쩍 속삭였던 것도 같다. 사랑을 초지일관 지켜낸다며 이 악물고 다른 가능성까지 차단한다는 것도 안쓰러웠고, 그녀는 충분히 다른 이성들에게 매력적이어서 '언니'로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성실히 기다려냈다. 대단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담담하다. "내 나이가 많아서 차라리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는 주변에서 말리는 '연애'들이 참 많다. 종교로 갈등하는 연애, 차이 나는 학벌의 연애, 가난한 상대와의 연애, 그 중에서도 '군인과의 연애'는 어차피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준다는 면죄부마저 곁들여진다. 인생 선배들은 자기 체험담을 바탕으로 조언, 충고 혹은 오지랖을 떤다. 하지만 '나이 많은' 그녀는 그런 이야기들이 '그들의 한계를 반영한 이야기'임을 알만큼 성숙했던 것이다.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경험했던 한계가 내게 두려움을 주는 것인지, 내가 오히려 그들의 한계를 빌려 내 두려움의 변명거리로 삼고 있는지 구분조차 못했을 것이다.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은 크다. 하지만 미리 후회할 것을 두려워하며 내리는 섣부른 선택이 아니라 돌아보면 후회하더라도 그 순간순간의 '나의' 마음을 따라 시간이 흘러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이리라. 군대를 아직 안 간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혹은 사랑하게 될 여자들은 수두룩하다. 어차피 잘 안 될 일을 뭣하러 하니,라고 그들에게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칼럼니스트

2014-03-30 10:52:4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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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4>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아진 거북선

지난달 전남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근처에 거북선이 등장했다. 전체 길이 35.3m, 선체 길이 26.2m, 폭 10.6m에 달하는 '실물 크기' 거북선이라 한다. 건조사업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얼마 전엔 여수엑스포역 광장에도 전체 길이 15m짜리 거북선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거북선의 수는 임진왜란 당시보다도 많다. 학계는 임진왜란 당시 건조된 거북선 수를 대략 5척에서 7척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남 여수를 비롯해 통영·남해·창원 등 경남에 있는 거북선까지 모두 10척이 넘는다. 침투력 뿐만 아니라 특유의 방어력 때문에 굳이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보다 많이 건조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거북선이 정작 21세기 들어 붐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역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거북선 건조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매개로 관광 수입을 늘려볼까 하는 생각과 지자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건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마저도 엉터리라는 점이다. 지난달 준공한 여수 거북선 건조에 들어간 예산이 26억원, 앞서 경남도가 6척의 거북선을 짓는 데 쓴 돈은 12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모양도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상태고 계획과는 달리 수입 목재를 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수 거북선은 해상전시와 육상전시 사이에 갈팔질팡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도는 임진왜란 때 음식을 재현하겠다며 '이순신 밥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예산만 받고 폐점하는 식당들이 속출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420여 년 전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과 공포, 그리고 거북선에 걸었을 기대를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 한 건 사실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7 15:44:5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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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밥맛은 돌솥밥이 최고다?

밥은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동남아의 푸석푸석한 쌀로 지은 밥이나 중국의 쪄낸 것 같은 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이니까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아도취에 빠져서 하는 소리만도 아니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였던 장영 역시 "밥 짓는 기술은 조선이 최고"라고 인정했다. 재료인 쌀도 좋아야 하지만 불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데 끓이고 뜸 들이는 기술은 조선인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밥맛 좋다는 우리 밥 중에서도 진짜 맛있는 밥은 어떤 밥일까? 현대인들은 시골 고향집에서 먹었던 가마솥에 향수와 추억이 담겨있으니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가마솥 밥을 그리워하지만 옛날 조상님들은 돌솥밥을 제일로 꼽았다. 조선 후기 영조 때 발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밥 지을 때는 돌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음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이며 다음이 놋으로 만든 유기 솥이라고 했다. 규합총서에도 밥솥으로는 돌솥이 으뜸이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는 가마솥보다 돌솥에 지은 밥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다. 지금과 달리 솥의 재질과 제조기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조선의 왕과 양반은 주로 돌솥밥으로 식사를 했다. 임금님의 수라 짓는 솥은 새옹이라는 조그만 곱돌솥에 꼭 한 그릇만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놓고 은근히 뜸을 들여 짓는다. 이렇게 먹는 돌솥은 개인 밥솥이었으니 특정인의 것이라고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돌솥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시 구절을 적어 자신의 밥솥임을 표시를 했다. 시를 감상하면서 먹는 밥은 맛이 어땠을까? /음식문화평론가

2014-03-26 11:36: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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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임창용 뱀직구에 프로야구판 요동

메이저리그 소방수에 도전했던 우완 임창용이 25일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컵스는 시범경기에서 임창용의 불펜 기용 가능성을 점검했으나 불가판정을 내렸고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했다.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방출은 친정 삼성 복귀를 의미한다. 마치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임창용의 복귀설은 지난달부터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임창용은 마이너 계약을 맺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였다. 시범경기를 마치고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다면 나이를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꿈을 접어야 하는 처지였다. 삼성은 임창용이 너무나 절실했다. 소방수 오승환의 한신 이적으로 뒷문이 부실해졌다. 안지만이 소방수로 이동했으나 이젠 필승 불펜요원의 부재가 빚어졌다. 철옹성에 금이 갔으니 상대 팀들이 삼성을 만만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넥센과 롯데 등이 우승후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불펜 보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확실한 카드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물밑에서 임창용의 복귀를 면밀히 추진했고 사실상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컵스에 이적료를 지불했고 방출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취했다. 임창용이 복귀한다면 삼성은 정규리그-한국시리즈 4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시즌 전망을 다시 해야 한다. 물론 임창용이 예전의 뱀직구를 던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38세의 노장 소방수가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25 14:46: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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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3>우이령길의 상흔

얼마 전 서울 우이령길을 걸었다. 산갈나무와 단풍나무, 밤나무, 잣나무 등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등 북한산 내 어느 지역보다 자연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그런데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우이령길은 걷고 싶다고 아무 때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지난 1968년 벌어진 뜻밖의 사건, 이른바 '1·21사태' 탓이다. 당시 휴전선을 넘은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이동하는 식으로 남하를 계속했다. 그렇게 해 청와대 코앞까지 다다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 놀란 것은 박정희 정권만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1월 23일에는 원산 앞 바다에서 감청 중이던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가 북에 나포되면서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 직전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향토예비군 창설'과 '주민등록제 강화'로 연결됐다. 동시에 정부는 백악산과 인왕산에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한 데 이어 우이령길까지 폐쇄해버렸다. 백악산과 인왕산은 청와대의 직접적인 경호를 위해, 우이령길은 만약 북에서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타고 내려올 경우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41년이 흐른 지난 2009년, 군사분계선 관리가 안정화되면서 백악산이 개방됐고 우이령길 출입도 예약만 하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고 시험운행 이벤트를 벌였던 남북간 동해선 철도는 여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남쪽의 안보 자신감은 높아졌지만 남북 사이에 도는 냉기는 여전한 듯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5 13:56: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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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기술 말고 '깊이'

색동헌은 창덕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2&i'의 건물 명칭이다. 색동을 우주의 상생과 소멸의 음양오행 이치를 가진, 한국인의 정서로 채워진 옷감으로 해석한 김옥현 교수의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지난 5일부터 열흘 동안 개관전을 열었는데 오방색의 다채로운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은 현대적 시각에서 장인(Craftmanship)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에는 디자이너 양지나의 'Asian Fusion' 시리즈 두 번째 전시회가 예정됐다. 양지나는 조선시대 전복과 스란치마의 진화라는 주제로 한국적 이미지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전통적 디자인의 현대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안이 기대된다. 양지나는 지난 2012년 괴불 모양과 조각보에서 보여지는 세모꼴 모티브를 이용한 프린트로 시대에 어울리는 전통의 소환을 보여준 바 있다. 주목할 것은 김옥현 교수와 양지나가 모녀라는 점이다. "본인은 색동의 줄무늬 색상과 문양을 현대화해 세계화하고자 한다"는 김옥현 교수와 "나는 한복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성과 어우러지는 실루엣을 패션디자인에 접목하기를 좋아한다"는 양지나는 닮았으나, 다른 듀엣이다. 갤러리 명칭이 '2&i'인 것 역시 여기서 비롯됐다. 전통과 현대, 엄마와 아기, 2명 작가의 협업이 함축된 것이다. 한국 디자인계는 브랜드계와 함께 2세 시대를 맞이했다. 전설이 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컬렉션장에 나타나는 걸 비난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소개로 협회나 단체에 자리를 꿰어차는 걸 만류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만들어온 디자인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통찰력을 갖길 권할 뿐이다. 부모들도 자녀에게 디자인 세계를 살아가는 기술 말고 깊이를 가르치면 어떨까. 옛말에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고 훈련을 거듭하면 세대가 이어지는 철학과 창의성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쉽고 편안한 길은 없다. 그러길 원한다면 쉬운 인생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3-24 12:09:29 메트로신문 기자